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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이야기

라디오 대본 멘트 모음

2011년 여름부터 겨울까지 6개월간 어느 라디오에 대본작가로 참여했다. 그 때 쓴 방송대본에서 오프닝, 클로징 멘트들만 정리했다. 그런데 2차례의 방송분은 영 찾을 수가 없네... 


…사람은 두 발로 걷기 시작하면서 엄청난 발전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두 발로 걷게 되니까, 일단 두 손이 자유로워졌습니다. 자유로워진 두 손은 복잡하고 정교한 일을 할 수 있게 되었고 그에 따라 뇌의 기능도 점차 발달하게 되었지요. 물론, 발은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무게를 감당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손이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또 우리의 뇌가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건 가장 낮은 곳에서 묵묵히 자기 일을 수행하는 고마운 발 덕분인 것 같습니다. 오늘은 잠자기 전에 발 맛사지 한 번 해보시면 어떨까요. 깨끗이 씻어주고, 꾹꾹 눌러주고, 살살 문질러 주면서 “오늘도 수고 많았다. 고마워. 이번 한 주도 잘 부탁해.” 그러면 좀 더 활기찬 한 주를 보내실 수 있을 겁니다.


…장애는 불가능이 아니라 ‘불편함’입니다. 문제는 장애라는 불편함을 불가능으로 내모는 우리 사회에 있습니다. 장애가 불가능이 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가야겠습니다. 우리는 언제든 누구나 불편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발은 제2의 심장이라고 합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무거운 무게를 견디는 발. 그런 발을 아껴주고 또 잘 보살펴주어야 사람은 건강하게 살 수가 있습니다. 우리 사회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노동자들, 농민들, 자영업하는 분들 가장 낮은 곳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시는 우리 서민들이야말로 이 사회의 발이 아니겠습니까. 발이 건강해야 사람이 건강하듯 우리 서민들이 편안한 사회가 진짜 건강한 사회겠지요. 


…어젯밤에는 어떤 꿈을 꾸셨습니까? 아마 좋은 꿈을 꾸신 분들도 있을테고 너무 곤하게 잠들어서 꿈을 꾸지 않은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사실 우리는 매일매일 꿈을 꾼다고 합니다. 단 하루도 꿈을 꾸지 않는 날이 없지만

단지 기억하지 못할 때가 있을 뿐이라는군요. 처음부터 꿈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삶에 지쳐서 꿈을 잊어버린 사람이 있을 뿐이지요. 청취자 여러분의 꿈은 어떻습니까. 혹시 잠시나마 잊고 살진 않으십니까.


…노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노래 한 곡이 위로가 되어 주기도 하고요, 꿈과 희망을 줄 때도 있습니다. 노래가 때로는 세상을 바꾸는 커다란 힘이 되기도 합니다. 정치도 노래를 닮았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한 곡의 노래처럼 위로가 되고, 꿈과 용기를 주고,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런 정치가 이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꿈은 정말 소박한 것이었습니다.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가족과 함께 잠 잘 수 있게 해달라는 지극히 정당하고 지극히 인간적인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부와 공권력, 회사가 합작해서 불법, 폭력, 언론조작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그 소박한 꿈을 짓밟았습니다. 짓밟힌 꿈은 분노가 되어 돌아갑니다. 정부, 공권력, 유성기업은 조만간 이 사태에 대해 반드시 책임을 지게 될 것입니다. 유성기업 노조 여러분, 힘내시기 바랍니다.


…헬로우 고스트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고아로 태어나서 평생 외롭게 살아온 주인공은 어느 날 자기 주변을 맴도는 귀신들을 보게 됩니다. 귀신들을 쫓아내려면 그들의 소원을 풀어줘야 하지요. 그런데, 귀신들의 소원을 하나씩 풀어주는 동안 주인공은 그동안 자신이 혼자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단지,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겁니다. 저는 문득, 광화문 네거리의 촛불시민들이 떠올랐습니다. 지금 어디에서 무얼하는지 몰라도 당장 내 눈앞에 보이지는 않더라도, 지금도 어딘가에서 같은 꿈을 꾸고 있지 않을까, 사람 사는 세상을 꿈꾸고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 기분이 참 좋아집니다. 혼자 꾸는 꿈은 꿈에 불과하지만 함께 꾸는 꿈은 꿈이 아니라 언젠가 반드시 현실이 된다고 했으니까요. 청취자 여러분, 좋은 꿈 꾸십시오.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 아마 모르시는 분 없을 듯 합니다. 흔히 돈키호테라고 하면 현실감각이 없는 사람, 깊은 생각 없이 무모한 행동을 하는 사람을 말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러시아의 대문호 이반 투르게네프는 돈키호테라는 인물에 대해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습니다. 부조리한 현실에 안주하지 않는 사람, 생각만 하는 게 아니라 행동하고, 실천하는 사람. 돈키호테는 그런 인간을 말한다. 세상을 바꾸어 놓은 쪽은 햄릿형 인간이 아니라 돈키호테형 인간이다. 그래서인지, 돈키호테가 풍차를 향해 돌진하는 장면은 눈물이 날 정도로 커다란 감동을 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그 옛날 풍차를 향해 돌진했던 돈키호테가 만약 지금 현재 대한민국에 살고 있다면, 그는 무엇을 향해 돌진하고 있을까요.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증언대회에 출석한 전 주한미군 스티브 하우스씨는 미군에 의해 저질러진 고엽제 매립행위에 대해 한국 국민들에게 용서를 구한다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사실 그는 명령을 따를 수 밖에 없는 군인의 한 사람이었고, 또한 자기 자신조차 피해자였습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증언을 했고, 사과를 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명령을 내렸던 주한미군 당국은  아무런 말이 없고, 관련된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한미합동조사단을 꾸렸지만, 매립위치조차 못 찾고 있는 등 조사는 지지부진합니다. 미군당국이 이제라도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질 의사가 있는 건지, 아니면 시간이나 끌면서 발뺌을 하려는 것인지 의심스럽습니다.


…부조리한 권력과 현실에 도전하는 사람들, 직접 참여하고 행동함으로써 새로운 정치를 만들고 있는 시민들이야말로 이 시대의 돈키호테 아닐까 합니다.  돈키호테에 나오는 명대사 한 구절 읽어 봅니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지 못할 사랑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용감한 사람도 가지 못한 길을 가고 닿을 수 없는 저 밤하늘의 별을 향해 가는 것 이것이 나의 순례요. 저 별을 따라가는 것이 나의 길이라오. 아무리 희망이 없을지라도, 또한 아무리 멀리 있을지라도.”


…의류업을 하던 사장님이 있었습니다. 사업은 쉽지 않았습니다. 원단과 자재값은 날로 높아져갔고, 공장부지도 확보하기 어려웠고, 싸고 질좋은 노동력을 구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좋은 일이 생겼습니다. 남북경제협력이 시작된 것입니다. 원단을 북한의 공장에 올려보내면 북한 노동자들이 옷을 만들어 다시 남쪽으로 내려보냈습니다. 유명 백화점에 입점을 할 정도로 사업은 번창했습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면서 남북관계가 파탄이 났습니다. 번창하던 사업도 순식간에 몰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다급해진 사장님은 정부기관을 돌아다녀보았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러게 왜 북한이랑 사업을 했냐”며 핀잔을 들었습니다. 결국 사업은 망해버렸고, 직원들도 뿔뿔히 흩어졌습니다. 사장님은 모든 것을 잃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를 따라 번장하던 사업이 남북관계를 따라 몰락해버린 겁니다. 통일문제가 예전처럼 이산가족의 눈물, 실향민의 아픔, 그런 차원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경제까지 포함하는 문제, 우리사회의 번영을 좌우하는 문제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합니다.


…김구 선생은 분단을 막기 위해 38선을 넘었습니다. 정주영 회장도 소떼를 몰고 38선을 넘었구요. 김대중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위해 38선을 넘었습니다. 이 분들은 모두 화해와 평화, 통일의 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명박 대통령은 틈만 나면 전쟁을 불사하겠다며 지하벙커로 들어갑니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합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북한대표팀과 브라질의 경기는 공교롭게도 6월 15일에 열렸습니다. 그 날 밤, 골목길은 집집마다 불이 꺼졌고 캄캄했습니다. 모두들 잠든 모양이었습니다. 매년 6월 15일이 되면 그 작은 골목길까지 단일기가 펄럭였는데 이젠 북한 대표팀의 경기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경기가 시작되고, 북한의 첫 골이 터지자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렇게 조용하던 밤골목에서 일제히 함성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캄캄했던 골목길은 창문마다 환하게 불이 켜져 대낮처럼 밝았습니다. 새벽 3시가 넘었지만, 골목마다, 거리마다 북한 선수들을 응원하는 함성으로 가득했습니다. 하필 그 날은 공교롭게도 6월 15일이었고 615 공동선언 10주년이 되는 해 2010년 이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아무리 남북관계를 파탄내더라도 우리 국민들의 마음속에 새겨진 615 공동선언의 약속은 변함없을 거라고 믿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들, 맛집 좋아하시죠? 기왕에 먹는 밥, 맛있게 먹고 싶어서 맛집 찾으시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저도 맛집 찾을 때가 종종 있는데요, 대부분 실패합니다. 물론 가끔씩은 그럭저럭 맛있는 집이 걸리기도 하지만 그래도 뭐랄까 2% 부족할 때가 많더군요. 전국 곳곳을 돌아다닌 맛집 전문가에게 들은 이야기인데요, 진짜 맛집들은 두 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첫째, 인터넷 검색하면 안 나온답니다. 진짜 맛있는 집은 오히려 맛집이라고 광고하지 않는다는군요. 그 분도 진짜 맛집은 지인들에게만 슬쩍 슬쩍 가르쳐 준답니다. 둘째, 밥이 맛있답니다. 사람마다 입맛이 다 달라서 누구에게는 딱 좋은 맛이지만 누구에게는 싱겁기도 하지요. 그런데 진짜 맛집들은 공통적으로 밥이 그렇게 맛있답니다. 진수성찬이라도 밥이 맛없으면 아무 소용없고, 웬지 먹고 나서도 기분이 별로 안 좋습니다. 그런데 밥만 맛있으면 김치 깍두기만 있어도 술술 넘어가고, 잘∼먹었다!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어린 시절,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별다른 놀잇감이 없어도 그저 공터만 있으면 됐지요. 술래잡기도 하고, 땅따먹기도 하고, 닭싸움, 기마전, 그러다 공이라도 하나 있으면 금상첨화였지요. 산너머에 노을이 지고 어둑어둑해지면 그제서야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납니다. 그 때, 저 멀리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애들아, 밥 먹자.”


…사람은 밥심으로 산다, 밥이 보약이다, 시장이 밥이다, 찬밥 더운 밥 가릴 때냐, 밥 가지고 차별하지 마라, 인사를 할 때도 밥은 먹었냐 그렇게 인사하죠. 우리나라에 밥에 관한 문장이 그렇게 많은 것은 단지 보릿고개의 기억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일까요. 아마 그것만은 아닐 겁니다. 김 모락모락 솟아나는 따뜻한 밥 한 그릇에는 사랑과 정이 담겨 있습니다. 여럿이 밥상에 둘러 앉아 함께 먹는 밥에는 평등의 철학이 담겨 있고요, 배부르게 먹고 나서 흐뭇하게 웃을 때, 비로소 평화를 느끼게 됩니다. 오늘 저녁밥,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게 드십시오.


…지난 18일 열린 국회 청문회에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출석했습니다. 조남호 회장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에 대해 시종일관 무책임한 답변을 했습니다. 심지어는 김주익, 곽재규씨를 아느냐란 질문에 “모른다”고 대답했습니다.  정리해고를 막으려는 김주익 노조위원장과 노동조합에게 억대의 손해배상가압류를 걸어 죽음으로 내몰았던 사람이 조남호 회장 자신입니다. 자기 손으로 죽인 것이나 다름없는 사람들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 겁니다. 하긴, 이명박 정부의 인사청문회에 나온 사람들이 한결같이 써먹는 말이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라는 말입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은 다 알고 있습니다.


…6월에 KBS에서 방송된 백선엽 다큐를 보셨습니까? 간도 특설대 출신의 친일파인 백선엽을 전쟁영웅으로 묘사해서 많은 시민들이 분노했습니다. 해방이 되자마자 친일파들이 친미파로 변신하여 득세했던 그 역사가 오늘도 여전히 되풀이 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우리가 한 번도 제대로 역사를 청산하지 못했기 때문일겁니다. 청산하지 못한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죠. 일제로부터 해방된지 66년이 지났지만 대한민국은 어쩌면 항상 제자리에서 맴돌고 있었던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때때로 자신의 기억을 조작할 수 있다고 합니다. 망각도 할 수 있고, 변형을 할 수도 있습니다. 역사 청산을 반대하는 세력들은 이 점을 믿고 있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의 부끄러운 기억을 조작하고 왜곡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역사를 조작하는 것은 절대로 불가능 합니다. 역사는 어느 한 개인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콩, 호두, 연어, 사과, 클로렐라. 기억력을 높이는데 좋다고 소문난 음식들인데요, 비단 수험생들만 자주 먹어야 할 음식들은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 하에 살고 있는 우리 국민들 모두가 자주 먹어야 할 음식이 아닌가 싶은데요.  이명박 정부가 벌린 그 수많은 사건과 사고들, 비리와 부패, 몰염치함, 국민에 대한 무시, 조작과 왜곡들이 차마 셀 수도 없을 만큼 많으니까요. 정신 바짝 차리고 전부 다 기억해 두었다가 하나 하나 바로잡야겠습니다.


…학창시절, 한밤중에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영화음악에 취해보신 경험 있으실 겁니다. 혹시 내가 보낸 사연이 나올까 귀를 기울이던 그 느낌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군요. 라디오 방송으로 사랑고백 해 보신 분들은 없나요? 그 때 라디오는 사랑의 전령사라고 불러도 좋겠지요. 또 라디오는 출퇴근길 지루힘을 덜어주기도 하구요, 혼자서 장거리 운전을 할 때도 좋은 벗이 됩니다. 외국어 공부하는 분들에겐 좋은 선생님이 되기도 하지요. 티브이가 출현하면서 라디오는 사라질 것이라고 예견하는 학자들이 많았지만 라디오는 예상을 깨고 여전히 살아있습니다. 라디오만이 가진 장점이 있기 때문인데요, 사람의 육성을 날 것 그대로 담아냄으로써 공감이 높아집니다. 또 음성만 사용하기 때문에 오히려 영상매체보다 상상력이 높아진다는 겁니다. 손으로 쓴 편지처럼 짙은 아날로그적 감성을 갖고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라디오는 그 이름에서조차 낭만이 묻어있는 듯 하니까요. 


…히틀러의 선전부 장관 괴벨스는 독일의 전 가정에 라디오를 보급했습니다. 그는 라디오 방송을 이용해 나치의 거짓선전선동을 끊임없이 주입했습니다.  이승만도 라디오를 통해 거짓말을 했습니다. 6·25 발발 직후 라디오에선 이승만의 대국민 담화가 흘러 나왔습니다. “나는 서울을 사수할 것이니 동요 말고 생업에 종사하라.” 그 방송이 나가고 있을 때 이승만은 이미 서울을 떠나 있었죠. 독재자에게 라디오의 일방적인 특성은 참 매력적인 모양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독재자는 라디오를 자기 권력유지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싶어하는데요, 하지만 그런 시절은 지났습니다. 인터넷 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값비싼 장비가 없어도 누구나 라디오 방송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진실을 나누고자 하는 이들의 마이크가 되는 라디오. 서로 소통하고자 하는 이들의 광장이 되는 라디오. 그런 라디오가 점점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리 머나먼 여행길도 한 걸음부터 시작합니다만, 그 한 걸음 내딛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요. 게다가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내딛는 걸음이라면 그건 정말로 어려운 일입니다. 진인사 대천명이라고 했으니 사람은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만큼 노력할 뿐입니다.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억지로 구걸할 필요도 없고,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상대방에게 실망하거나 나 자신에게 비관할 필요도 없습니다. 샘물이 흘러 결국엔 큰 강을 이루듯 때가 되면 모든 것이 순리대로 풀려나갈테니까요.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이자, 우리 모두의 어머니셨던 이소선 어머니께서 지난 3일 끝내 돌아가셨습니다. 좋은 세상에서 편안하게 눈감게 해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스럽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특히 어머니 말씀이 자꾸만 떠올랐는데요, 우리가 단결하지 못해서 자꾸만 뒤로 밀리고 인권이 짓밟히고 노동자들이 분신을 하는 거다. 그러니 단결해야 한다. 뭉쳐서 하나가 되어 싸워라. 어머니는 기회 있을 때마다 그렇게 말씀하셨지요. 전태일 열사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는 외침을 남겼고, 이소선 어머니는 우리들에게 단결하라는 말씀을 남겼습니다.


…우리가 통일을 왜 해야 되냐. 더 잘 살기 위해서, 이런 목표가 있을 겁니다만 보다 더 절실한 것은 평화를 확보하기 위해서 아니겠습니까. 그것이 첫 번째고, 그 다음에 평화를 통해서 우리가 좀 더 풍요롭게 살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면 더 좋은 것이고요. 한 핏줄을 같이 하고, 말을 같이 쓰고, 문화를 함께 하는 사람들이 하나로 함께 통합되어서 사는 것이 보다 사람답게 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 통일해야 되는 것이지요. 평화와 통일을 이루어야 하는 것은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필요하다는 내용인데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강연 내용 중 한 대목이었습니다.


…<평화란 어떤 걸까>라는 제목의 동화책이 있습니다. 아이의 시선으로 본 평화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책에서는 평화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평화란 전쟁을 하지 않는 것, 폭탄 따윈 떨어뜨리지 않는 것, 집과 마을을 파괴하지 않는 것. 배고프면 누구나 밥을 먹을 수 있고 친구들과 함께 공부할 수 있고 좋아하는 노래를 맘껏 부를 수 있는 것. 싫은 건 혼자서라도 당당히 말할 수 있고 잘못한 건 잘못했다 사과하는 것, 서로에게 화를 내지 않는 것. 마음껏 뛰어놀고 아침까지 푹 자는 것. 우리 아이들이 이런 평화로운 세상에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나라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과 정치인들이 박원순 후보의 당선을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중입니다. 시민이 앞장서고 기존 정치가 이를 응원하는 형국이지요. 기존의 정치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시대가 펼쳐진 것 아니냐 이런 생각도 들고요, 무엇보다 소속도 다르고 정견도 다르던, 때로는 서로 공격하던 정치인들이 모두들 자기 힘을 보태겠다고 나서는 이 모습이 우리 국민들에게는 굉장히 훈훈한 감동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 국민들은 아주 오랫동안 이런 모습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의 월 스트리트에서는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구호로 시작된 시위가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습니다. 8일 미국의 시위대에게 한국의 김진숙 지도위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고 한국의 희망버스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여기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거리는 멀지만 우리가 투쟁하는 이유와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의 모습은 같을 거라고 믿습니다. 노동이 존중받고 돈보다 인간이 우선인 사회. 희망버스는 지금까지 하나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그 구호를 월스트리트의 용기있는 시민들에게 전합니다. 웃으면서, 끝까지, 함께, 투쟁.“


…고도원 작가님의 아침편지 글 중 한 편 읽는 것으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부모를 만난 것도 숙명이듯이 이 나라에 태어난 것도 숙명입니다. 나의 의지나 선택과는 전혀 무관한 일입니다. 그러나 '내가 살고 싶은 나라'를 만드는 것,  그래서 '대대로 물려주고 싶은 나라'를 만드는 것은 다릅니다. 지금의 나와 너, 우리가 하는 바에 달려 있습니다. 장차 태어날 아이들에게는 분명 숙명이지만 살아있는 우리에게는 사명입니다.


…확률이란 분야가 시작된 것은 불과 5-600년 전인데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확률은 현대사회의 지배적인 사고로 자리잡았습니다. 일기예보, 여론조사, 수요예측 등은 대표적인 경우고요, 개인의 행동도 많은 부분 확률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예컨대 어느 길로 가야 더 빠를까 생각하는 일도 확률적 사고입니다. 왜 갑자기 확률 얘기를 하냐면, 재보궐 선거가 바로 이틀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투표율이 얼마나 될까? 누가 당선되고 누가 떨어질까? 과연 몇% 차이가 날까. 이런 예측도 확률적 사고라고 할 수 있겠죠. 청취자 여러분은 이번 재보궐 선거 결과를 어떻게 예측하십니까?


…확률은 어떤 결과를 예측하게 해 줄 수 있지만 실제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확률에 너무 의존하다보면 자꾸 걱정만 앞서고 행동을 상실하게 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은 결국은 구체적인 행동입니다. 확률이 아니라 확신에 기초한 구체적 행동이 세상을 바꾸는 것이지요. 새로운 정치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희망과 열정, 사람사는 세상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함께 행동합시다. 저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혹시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란 유행어 기억하십니까? 개그 콘서트에서 나온 말인데요, 사실 우리는 요 몇 년 동안 이런 말을 정말 귀가 따갑게 들었습니다. 일등 도시, 일류 국가, 경쟁력, 성공. 그런데, 선거 당선 후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괜찮은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예. 우리 들은 경쟁이 아니라 소통을 선택했고 성공이 아니라 나눔을 선택했습니다.


…가로수 길을 걷다보면 은행낙엽 많이 보시죠? 요즘도 은행잎을 책갈피로 쓰시는 분들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요, 은행낙엽은 예쁘지만 은행열매에서 풍기는 냄새는 사실 좀 고약합니다. 은행열매에서 풍기는 이 고약한 냄새 때문에 다른 동물이나 벌레들은 아예 접근을 하지 않는다고 하네요. 그래서 은행나무는 산에서 저절로 자라나는 법이 없고 사람의 도움이 있어야만 자란다고 합니다. 오직 사람이 사는 곳에서만 은행나무를 볼 수 있는 거죠.  은행나무는 사람이 살고 있다는 표시기도 하고 또 배움이 표시기도 합니다. ‘행단’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에서 제자들을 가르쳤다는 데서 유래하죠. 우리나라의 향교나 서원에도 어김없이 은행나무가 서 있지요. 이제 낙엽도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는데요,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어 은행나무 아래에서 책을 읽어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은행잎 하나 주워 책갈피로 끼워 넣으면 아마 더 좋을 겁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척박한 땅에, 오랜 세월동안 진보라는 나무가 조금씩 조금씩 자라왔습니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치열하게 싸우면서 자라났습니다. 아직은 약하고, 부실해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걱정마십시오. 서로 단결하고 배려하면서, 국민 여러분의 더 많은 지지를 받아서 굳건하게, 천년을 가는 은행나무처럼 아주 굳건하게 자랄 겁니다.


…지난 토요일 한미 FTA저지를 위한 촛불집회에서 무대위에 올라온 한 시민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정치인들이야말로 원조 비정규직이다.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고용주로써 한 마디 하겠다. 당장 사표 써라.“ 또 한 여고생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들의 미래를 함부로 거래하지 마라.” 청와대와 한나라당 의원들은 누가 이 나라의 주인인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미국에 충성하고, 미국의 심기를 해칠까봐 노심초사하고, 미국과의 약속을 지키려고 애쓰고 있는 듯 합니다. 진짜 주인인 대한민국의 국민들이 지금 분노하고 있습니다.


…결혼식을 올린 신혼부부는 신혼여행을 갑니다. 그냥 서로를 바라보고 있기만 해도 좋을텐데 굳이 짐을 싸서 여행을 떠납니다. 행복하게 떠난 신혼여행이 끝까지 행복하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떠나기 전부터 벌써 지치기도 하고, 여행을 하던 중에 울고 불며 싸우기도 하고, 그러다가 아예 헤어지는 부부도 종종 있습니다. 그래도 부부가 됐다면 신혼여행은 꼭 가야 합니다. 기왕이면 아주아주 경치 좋은 곳으로 가야 됩니다. 또 커플 사진도 많이 찍어야 됩니다. 좋은 경치를 함께 바라보고, 카메라를 함께 바라보고, 그렇게 한 곳을 바라보는 연습을 해야 됩니다. 연인일때는 각자 서로만 바라보면 되지만 부부가 된 두 사람은 한 곳을 봐야 되거든요.


…1년 동안 많은 노력이 있었고, 갈등이 있었고, 또 고뇌가 있었습니다. 많은 어려움을 거치면서 드디어 함께 손을 잡고 출발선에 섰습니다. 서로 존중하고, 서로 배우면서 하나가 되겠습니다. 대한민국 정치에 유쾌상쾌통쾌한 홈런을 날리는 환상의 드림팀이 되겠습니다. 많이 응원해주십시오.


…토마스 모어가 쓴 <유토피아>라는 책이 있습니다. 16세기에 쓰여졌고요, 사회사상 고전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가상의 세계인 유토피아에도 오늘날의 국회의원과 같은 대표자들이 있고, 국회와 같은 회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회의에는 다음과 원칙이 있다고 합니다. 공공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서는 최소한 사흘에 걸쳐 충분히 토론해야 합니다. 만약 이를 어기면, 의원들은 중범죄자로 다스려집니다. 이런 원칙이 있는 이유는 의원들이 함부로 민의를 짓밟거나 헌법을 유린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한미 FTA통과에 걸린 시간은 단 4분이었습니다. 유토피아라면 중범죄 중의 중범죄가 되겠고요, MB정부 4년간 국회에서는 5번의 날치기가 있었습니다. 이건 중범죄에다 상습범이니 가중처벌감입니다.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국민들이 그 의원들을 심판할 겁니다. 매국송 다들 외우고 계시죠?


…채우기 위해 비울 수 있는 용기. 우리는 그런 용기를 냈습니다. 어려운 과정도 있었지만, 결국 우리는 비워냈습니다. 앞으로 채워질 것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만, 비워낸 것에 대한 그리움을 숨길 수는 없을 듯 합니다. 벌써부터 그립네요. 며칠 전, 참여당 홈페이지에 사진과 글이 올라왔는데요, 충북도당에서 올렸는데 제목이 이렇습니다. “국민 참여당 이름으로 마지막 현수막을 걸었습니다.” 사진 속 노란색 잠바, 노란색 현수막을 보니 웬지 눈물이 나더군요. 국민참여당 주권당원 여러분. 우리 모두 가끔씩 국민참여당 그 이름이 너무 그리워서 눈물이 날 때도 있을겁니다. 하지만, 우리 민중들이 눈물 흘리는 일은 절대로 없게 합시다.


…만남 뒤에 이별이 있고, 이별 뒤에 만남이 있다고 하죠. 그래서일까요, 우리들은 만날 때 인사도 “안녕”이라고 하고 헤어질 때 인사도 “안녕”이라고 합니다. 안녕이라는 말 속에는 만남도 있고, 헤어짐도 있고, 또 다른 만남에 대한 약속까지 함축되어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마지막 방송 “안녕 따뜻한 라디오.” 지금 시작합니다.


…누군가 나의 이름을 불러주면 나는 그의 꽃이 되고,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된다고 하죠. 라디오 진행하면서 만났던 많은 분들 좋은 만남, 좋은 말씀들 잊고 싶지 않아서 한 분 한 분 정성들여 이름을 불러볼까 합니다. 박자은님, ?하영님, 강풀님, 김명준님, 문성근님, 유석영님, 백자님, 이학영님, 이재정님, 배옥병님, 방학진님, 김어준님, 김민웅님, 정동영님, 박원순님, 임태성님, 박용필님, 홍영표님, 이인영님, 이해찬님, 장원섭님, 이해규님, 김성순님, 이정희님, 심상정님, 노회찬님, 김미화님. 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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