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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이야기

배우와 연기-5 배우는 건강해야 한다


배우와 연기 5
 


배우는 건강해야 한다



-류 성-



역할의 내면이란 책상머리에 앉아서 생각만 한다고 온전히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생각이란 자주 길을 잃어버리고, 누군가의 마음을 파악하기란 대단히 어렵다. 그러니 다른 방법을 써야 한다. 배우는 역할의 행동을 자신의 몸으로 직접 실연함으로써 역할의 내면에 보다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즉,  마음을 파악하기 위해 오히려 몸을 이용하는 것이다. 몸과 마음은 하나로 통일되어 있고 서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가능한 방법이다.  배우는 역할의 내면에 보다 효과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몸을 써야 한다. 


더구나 연기란 몸으로 기억하는 것이다. 배우는 많은 연습을 통해 역할의 행동을 몸으로 기억해 두어야 한다. 리듬, 템포, 어조, 정서, 태도, 제스쳐, 타이밍 등 그 모든 것을 머리로 기억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몸이 기억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며 안전하다. 머리로 기억하려는 배우들은 공연에서 반드시 실수를 하고 만다. 그들은 무대 위에서 매우 바쁘지만-기억해 내느라고- 관객들은 공연이 자꾸 늘어진다고 느끼게 된다. 그러나 몸에 기억해 둔 배우들은 빠르고 정확하고 여유있게 연기한다.


육체가 건강하지 못하면 당연히 정신적 능력도 떨어지게 되어 있다. 의지력, 집중력, 창조력, 상상력, 열정과 같은 것들은 예술의 창조과정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만, 예술가의 마음대로 다루기란 어렵다. 그것들은 잠시 찾아왔더라도 곧  날아가버리는 새들과 같으며, 건강하지 못한 육체에는 결코 자기 둥지를 틀지 않는다. 우리는 그러한 새들을 강제로 잡아둘 수는 없다. 그러나 건강한 육체를 가꾸고 유지함으로써 새들이 자주 찾아오고 오래 머물도록 유도할 수는 있다.


배우의 건강은 연극이 집단적인 창조작업이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예술 창조작업은 천천히 오래한다고 잘 되지 않는다. 오히려 적당한 속도가 유지될 때 창조적인 열정이 더 크게 발휘된다. 걸핏하면 아프고 골골대는 배우들은 작업의 속도를 더디게 만들어 결국 집단의 창조적인 열정에 찬물을 끼얹고 만다. 뿐만이 아니다. 함께 하는 배우들의 마음을 불안케 만든다. 작품에 대한 불안에 빠진 배우들은 급기야  작품이야 어떻게 되었든간에 자기 연기만 살리려고 애쓰게 된다. 이것은 좋은 선택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막을 수도 없다. 며칠후에 자신을 무대에 내던져야 하는 그들에게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으니까.


에너지가 넘치는 배우와 함께 작업하는 것은 아주 즐거운 일이며, 다음 작업에도 함께 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배우와 함께 작업하는 것은 참으로 고역이다. 쉬는 시간마다 드러누워 졸고 있는 배우, 움직일 때 마다 신음소리를 내는 배우, 흐리멍텅한 눈에 쉰 목소리로 연기하는 배우,  '한 번 더 해봅시다'란 말에 인상쓰는 배우, 연습 내내 골골대다가 뒷풀이할 때 살아나는 배우 .


2009년 7월 17일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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