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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이야기

연기수업 3차 강의록

3차 수업


1. 배우론3


원시시대를 생각해봅시다. 어느 날 밤, 모닥불 주위에 둘러앉은 한 무리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호랑이를 잡은 사냥꾼 두 명이 둘러앉은 사람들에게 무용담을 이야기해줍니다. 한 명은 아예 호랑이 가죽을 뒤집어 쓰고 호랑이 흉내를 냅니다. 그 두 사냥꾼의 이야기가 실감날 수록 사람들은 숨을 졸이며 이야기 속으로 빨려들고, 마치 자신의 눈앞에 펼쳐지는 듯, 또는 자신이 그 상황속에 있는 듯한 체험을 합니다. 마지막에 호랑이를 잡는 장면에 이르면 쏟아지는 박수와 환호. 어쩌면 이들이 최초의 배우입니다. 그 이후로 작가도 생겼고, 연출가도 생겼습니다. 그래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관객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은 두 사냥꾼의 후예, 즉 배우들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배우들은 여전히 이야기꾼의 자질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하듯, 이야기가 아무리 재미있어도, 관객의 흥미와 감동은 결국 이야기를 들려주는 배우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대본에 쓰여진 글자를 단지 음성으로 전환시켜 내뱉기만 하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좋은 이야기마저 지루하게 만듭니다. 그들은 대개 기술도 모자라지만, 무엇보다 자기가 하고 있는 말과 행동을 모릅니다. 표피적 의미만을 알고 있을 뿐, 심층을 볼 줄 모릅니다. 부분에 천착할 뿐, 전체와의 관련 속에서 이해할 줄 모릅니다.


좋은 배우들은 다릅니다. 그들은 궁극적으로 이야기의 주인이 됩니다. 그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전달해야 할 지 정확히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의 말과 행동은 설득력 있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가 넘칩니다. 그들은 작가나 연출가조차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을 창조하여 사람들을 놀래킵니다. 혹시 내가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습니까? 그것은 작가와 연출가의 몫이지 배우에게 요구할 것이 아닙니까? 나는 누구보다 배우가 이야기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모닥불에 둘러앉은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들려 줄 사람은 결국 배우이기 때문입니다.



2. 호흡과 이완


아직 복식호흡에 대해 잘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누워보세요. 편하게 누운 상태에서 ^형태로 무릎을 접어 보세요. 일자로 누우면 허리부위가 바닥에서 뜨지만, 이 상태를 취하면 바닥과 허리가 밀착되기 좋은 상태가 됩니다. 이 상태에서 호흡해보세요. 복부전체가 부풀어 오르면, 자연히 지면과 맞닿은 허리부분에 느낌이 올 것입니다. 이 느낌을 간직하세요. 또는 동물처럼 엎드린 채로 숨을 쉬어 보세요. 하복부, 단전의 느낌에 주의를 집중해보세요. 이곳이 몸의 중심입니다. 이곳에서 호흡이 모여들고 또 빠져나갑니다.


이젠 가부좌 자세로 앉아서 눈을 감고 복식호흡을 취하세요. 계속해서 강조하건데, 이 훈련은 정서를 안정시키기 위해 깊은 호흡을 하는 것입니다. 그냥 하지 말고 목적을 인지하고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기계적으로 훈련하게 되고, 훈련의 성과도 낮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호흡 자체에 의식을 집중하세요. 집중은 이완을 용이하게 만들어줍니다. 사념이 들어오면 흘려보내고 그저 호흡자체에만 집중하세요. 허리는 곧게 펴야 합니다. 허리를 구부리면 호흡에 사용되는 기관들이 압박을 받게 되므로 깊은 호흡이 어려워집니다.


날숨은 고르게 나가야 합니다. 날숨이 고르게 나가려면 횡경막이 긴장을 유지해야 합니다. 날숨시에 복부가 단단한 상태를 유지해야 고르게 내뱉을 수 있습니다. 횡경막이 긴장을 유지하지 못하면, 바람 빠지듯 한 번에 숨이 빠져나갑니다. 한 숨을 쉬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호흡은 정서를 안정시키기는 커녕 무겁게 만듭니다. 들숨을 확 들이키는 것도 잘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날숨을 너무 끝까지 내뱉었기 때문에, 즉, 호흡이 바닥났기 때문에 급하게 들이마시는 것입니다. 이런 호흡도 정서를 안정시키지 못합니다. 호흡을 다 내보낸 몸이 생명의 위기를 느끼므로 정서가 불안해집니다. 날숨을 모두 내뱉는 것이 아니라  머금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들숨이 자연스럽게 들어옵니다. 들숨과 날숨 모두 자연스럽게 들어오고 나가야 합니다.


이젠 마음에 드는 색깔을 고르고 소리를 발사합니다. 먼저 고개를 들어보세요. 입은 자연스럽게 벌려져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하- 하는 소리를 발사합니다. 낮은 음으로 발사하세요. 의식을 집중하여 가슴의 진동을 느껴보세요. 세 번 정도 반복해봅시다. 다음은 고개를 바로 세우고 허- 하는 소리를 발사합니다. 중간음으로 발사하면서 연구개의 진동을 느껴야 합니다. 다시 세 번 정도 반복합시다. 다음은 고개를 바닥으로 떨어뜨리고 히-하는 소리를 발사합니다. 높은 음으로 발사하면서 경구개로부터 치아에 이르는 곳의 진동을 느껴보세요. 바닥에 얇은 선을 그린다고 생각하면 더 좋을 것입니다 다시 세 번을 반복합시다. 방금 소리를 낸 것은 공명기관을 사용하는 훈련을 한 것입니다. 각각 가슴공명, 구강공명, 치아공명입니다. 각각 몇 차례 더 해 봅시다.




3. 줄 인형 훈련


먼저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하자. 목, 어깨, 팔, 옆구리, 다리 등을 스트레치 하는데 중요한 것은 스트레치 될 때 숨을 내쉬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날숨을 고르게 내 쉬면서 스트레치를 하고, 급하게 하지 말고 천천히 하면서 스트레치되는 상태를 느껴야 합니다.


이번에는 신체를 통한 이완으로 줄인형이라는 훈련입니다. 자신을 인형으로 생각하세요. 다리는 어깨넓이 정도로 자연스럽게 벌려 서고, 몸을 바로 세우세요. 정수리에 줄이 달려 있다고 생각하면 도움이 됩니다. 팔꿈치, 손목, 손가락에 줄이 달려 있습니다. 팔꿈치를 먼저 들어올립니다. 천장에서 줄을 당기므로 팔꿈치가 끌려올라간다는 느낌입니다. 이 때 다른 부분은 움직이지 않아야 합니다. 끝까지 당깁니다. 다음은 손목에 달려 있는 줄을 당깁니다. 마찬가지로 다른 부분은 움직이지 않아야 합니다. 끝까지 당깁니다. 다음은 손가락 끝에 달려 있는 줄을 당깁니다. 한 껏 당긴 상태. 갑자기 손가락 줄을 끊습니다. 손가락이 툭하며 떨어집니다. 다음은 손목의 줄을 끊어버립니다. 손목이 툭하며 떨어집니다. 다음은 팔꿈치의 줄도 끊어 버립니다. 팔꿈치도 툭 떨어진다.


이 훈련을 진행하는데서 중요한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줄을 당길 때 다른 근육들이 움직이지 않아야 하며 줄에 매달린 부분만 움직이는 것입니다. 둘째, 툭하며 떨어지는 그 때의 감각입니다. 다시 한 번 해봅시다. 양팔을 동시에 진행합니다. 한 번 더.


다음은 목뼈와 척추뼈를 하나씩 빼고 끼워봅니다. 물론 실제로 뼈가 빠지거나 끼워지는 것은 아니며 그런 느낌을 가지는 것 뿐입니다. 먼저 바로 선 자세를 취하세요. 목뼈와 척추뼈의 줄기를 상상하세요. 목뼈를 맨 위에서부터 하나씩 뺍니다. 덜컥하는 느낌과 함께 고개가 약간 떨어집니다. 또 하나를 뺍니다. 하나씩 맨 위에서부터 차례로 뺍니다. 진행할 때 주의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맨 위에서부터 하나씩 빼는 것과, 척추가 곧은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7번에 이르면 고개는 완전히 떨어져 있어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이젠 척추뼈도 하나씩 뺍니다 마찬가지로 위에서부터 하나씩 뺍니다. 하나씩 뺄 때마다 점차 상체가 아래를 향해 떨어집니다. 횟수는 신경쓰지 말고 덜컥하는 느낌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에서부터 조금씩 무너지는 것이지 허리를 구부리는 것이 아닙니다. 덜컥. 덜컥. 몸이 아래를 향해 무너져갈 때 다리도 자연스럽게 조금 굽히는 것이 좋습니다. 다리를 꼿꼿이 펴려고 하다가는 쓸데없이 힘이 들어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맨위에서부터 하나씩 빼는 것과 이미 축 늘어진 목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입니다.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꼬리뼈에 줄이 매달려 있다고 생각하고 상체를 천천히 흔들어보세요. 척추와 목뼈를 모두 제거했으므로 상체는 완전히 축 늘어져 있는 상태입니다. 줄에 매달린 인형처럼 흔들흔들거립니다.


이젠 아래로부터 뼈를 하나씩 끼워서 몸을 세웁니다. 마찬가지로 덜컥하며 끼워지는 느낌을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또한 아래에서부터 하나씩 올라와야지 중간에서 몸을 올리면 안 됩니다. 척추뼈를 다 세웠습니다. 그 동안 목뼈는 여전히 축 늘어져 있어야 합니다. 이젠 목뼈를 하나씩 끼워서 올립니다. 덜컥. 덜컥. 다 세우면 몸은 직립 상태가 되었고 쓸데없이 들어간 힘이 다 빠진 상태가 됩니다. 느낌이 잘 안 오는 사람도 있습니다. 몇 번 더 해봅시다. 구부리고 세울 때 단계적이 되는데, 이것은 힘을 써서 몸을 구부리다가 멈췄다가 하는 것이 아닙니다. 덜컥. 덜컥. 하는 느낌이 나면서 아주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되어야 합니다. 몇 번 더 해보면 느낌을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앞서 진행한 두 가지 훈련을 순서대로 한번 씩 더 합니다. 이렇게 하고 나면 목과 척추, 어깨, 팔, 기타 상체에 들어간 쓸데없는 힘과 경직이 제거되고 이완된 상태가 됩니다. 발성이나 공명 등의 훈련도 이 상태를 만든 후 하면 좋습니다. 평소에 자주 해보라. 예를 들어 책상이나 컴퓨터에 오래 앉아 일하고 있으면 어깨와 목 등에 쓸데없는 힘이 들어가고 척추가 구부정한 상태가 됩니다. 이 훈련들을 해주면 몸이 다시 정상적인 직립의 상태로 회복됩니다.




4. 읽기 훈련


복식호흡을 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호흡의 운용을 용이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소리는 호흡을 원천으로 합니다. 흉식호흡은 얕게 들어와서 금방 빠져 나가버립니다. 들어온 호흡을 지지할 수 가 없어 훅 하고 빠져나가는 것입니다. 일상생활에서 의사소통을 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무대 위에서 대사를 하기에는 어렵습니다. 첫째, 숨이 얕아 에너지 넘치는 소리를 만들 수가 없고, 둘째, 운용하기 어려워 강조와 억양, 리듬과 템포 등을 살려서 말하기 어렵습니다. 즉, 무대에는 부적합하지요. 그러나 복식호흡을 통해 깊이 들어온 호흡은 지지할 수가 있습니다. 들숨을 통해 팽창된 횡격막을 날숨 시에도 유지시키는 것입니다. 즉 날숨시에 다시 올라오려는 횡경막을 눌러주는 것입니다.


호흡훈련에서 이야기했듯 숨을 고르고 길게 내쉬려면 이렇게 횡경막이 작용을 해주어야 가능합니다. 물론 횡경막은 사람이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율적으로 움직이므로 횡경막 자체를 내리 누를 수는 없습니다. 대신에 횡경막 주변의 근육들-배와 등의 근육-을 이용하여 잡아줄 수는 있습니다. 그렇게 호흡을 지지할 수 있다는 것은 운용이 가능하다는 것이고, 이를 이용해 에너지가 넘치는 소리를 만들기에 좋다는 것입니다. 이를 호흡지지력이라고 합니다. 호흡지지를 위해 복식호흡을 하는 것이라고 말해도 좋을 것입니다.


대본이나 책을 꺼내들고 소리내어 읽어보세요. 중간에 호흡을 하지 말고 한 호흡으로 끝까지 읽으십시오. 호흡이 다 빠져서 더 이상 말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될 때까지 계속 읽는 것입니다. 최대한 길게 읽으려고 일부러 작은 소리로 읽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이 훈련은 발화 중에 몸의 상태를 느끼기 위해서 하는 것이지 누가 얼마나 길게 읽을 수 있는지 측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작은 소리로 읽으면 몸의 상태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읽는 사람도 있는데 이것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평상시와 같은 속도로, 혹은 차라리 느리게 읽으세요. 띄어 읽기는 자연스럽게 하세요. 대신 띄어읽을 때 도둑숨을 쉬지는 말아야 합니다. 도둑숨은 배우가 잘 활용해야 할 것이기는 하지만 일단 지금은 배제합니다. 지금은 무엇보다 이 훈련을 통해 배와 등의 근육이 작용하는 것을 느껴야 합니다. 몇 차례 더 해봅시다. 이번에는 조금 더 크고 강하게 읽어보세요.


배와 등의 근육이 작용하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까? 어떤 사람들은 처음에는 안 느껴졌지만 나중에는 느껴졌을 것입니다. 무대 위에서 발화 중인 배우의 상태는 이러해야 합니다. 발화와 함께 순간적으로 이 상태가 만들어져야 합니다. 무대 위에서 항상 복식호흡을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말을 할 때는 바로 복식호흡으로 전환하고 배와 등의 근육을 이용해 횡경막을 작용시켜야 합니다. 즉 호흡을 지지해야 합니다. 긴 대사건 짧은 대사건 상관이 없습니다. 길이가 긴 대사는 말할 것도 없지만, 짧은 대사라 하더라도 이런 상태에서 발화를 해야 에너지가 넘치는 소리를 만들어 낼 수 있고, 말의 운율을 살리는 것도 가능합니다. 몇 번 더 읽어보면서 감각을 찾고 익히도록 합시다. 일부러 들숨을 길고 오래 들이마시는 것도 소용없습니다. 폐활량을 늘리자거나, 누가 오래 읽을 수 있나 경쟁하자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스럽게 들숨을 들이쉬고, 들이쉬었으면 강력하게 지지하세요.


수업을 마무리하면서 한마디만. 이것으로 3차의 수업이 진행되었는데, 매주 한 번씩 진행한다면 올해는 총 30번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조금 지겨울 수도 있겠지만, 한동안은 이런 기초훈련을 위주로 할 것입니다. 성급하게 창조적인 영역으로 들어서는 것 보다는 이렇게 기초훈련에 좀 투자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야 창조의 영역에서 기술의 방해를 덜 받을 겁니다. 수업 시간에 했던 훈련들을 평소에 혼자서 보기도 할 텐데, 무작정 하지 말고 원리와 목적을 인지하고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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