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와 연기-3 연기는 배우가 낳는 것이다

배우와 연기 3

연기는 배우가 낳는 것이다

-류 성-
 

배우는 여러 측면에서 산모와 매우 닮았다.

첫째, 산모는 아이를 낳고, 배우는 연기를 낳는다. 산모와 태아가 태교를 거치며 하나가 되듯, 배우와 역인물도 연습을 통해 하나가 되는 과정을 거친다. 

둘째, 어떤 사람은 매우 쉽게 낳지만 어떤 사람은 매우 고통스럽게 낳는다. 어떤 사람은 안타깝게도 끝내 실패하고 만다.

셋째, 산파가 없어도 산모가 아이를 낳을 수 있듯이, 연출이 없더라도 배우는 연기를 낳을 수 있다. 그러나  산파와 연출가가 있다면 그들은 산모와 배우를 격려하고 도와줄 수 있다.

그러나 전혀 다른 점도 있다. 산모는 어떤 경우라도 자기 자신이 아이를 낳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배우는 그렇지 않다. 산모와 달리 배우는 스스로의 힘으로 연기를 낳지 않을 수 있다. 연출가의 지시대로 꼭두각시처럼 움직일 수도 있고, 남이 창조해낸 것을 끌어다 흉내 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만들어낸 연기가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자기 스스로의 힘으로 연기를 창조하지 않은 배우는 아이를 낳은 척 하는 산모와 같다. 만약 산모가 아이를 낳지 않고 끝까지 낳은 척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제 때에 태어나지 못한 아이는 결국 뱃속에서 죽어버린다. 죽어버린 아이는 독이 되어 산모를 위험한 상태로 빠뜨릴 것이다. 배우도 마찬가지다. 그의 예술적 생명은 위험해진다.

거듭 강조하지만 배우는 자신의 예술적 생명을 위해서라도 연기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 스스로가 책임져야 하며 자주성과 창조성을 한 순간도 포기해서는 안 된다. 연출가를 믿고 의지하되 절대로 의존하지 말라.

독재적인 연출가들의 사고도 바뀌어야 한다. 연출가는 배우와의 작업에서 자신을 산파로 생각하고 조산술을 사용해야 한다. 산파가 대신 아이를 낳을 수 없듯 연출가가 연기를 대신 낳을 수는 없다. 대화를 통해 스스로 깨우치도록 도와주었던 소크라테스는 '신은 내게 산파의 역할을 주었을 뿐, 내가 해산하는 것을 금지했다.'라고 말했다.

연기의 주인은 배우다. 배우는 제 스스로의 힘으로 연기를 낳아야 한다.



2009년 6월 30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