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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이야기

북한 극예술의 서사적 특징 연구-4(1) 사실주의 창작방법



북한 극예술의 서사적 특징 연구-4(1)

4. 서사적 장치와 문법의 근거

(1) 사실주의에 기초한 창작방법


-류 성-


 

사실주의는 현실의 일부를 선택하여 과장하거나 미화하려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있는 그대로 드러내려는 예술이념이자 창작방법입니다.

그런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는 것은 단순히 세부적인 사실을 충실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복잡하고 다양한 관계 속에 얽혀있는 현실을 어떻게 인식하며 어떻게 반영하는가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되지요.

여기에서 사실주의는 삶과 세계의 '진실'을 진실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삶과 세계를 미화하거나 과장하지 않으며 구체적인 형상을 통해 삶의 본질을 진실하게 드러내려는 사실주의 창작방법은 시, 미술, 연극 등 모든 장르의 예술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만 아무래도 서사의 대표적 장르인 소설에서 그 꽃을 피우게 됩니다.


극예술분야에서도 사실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희곡작가들은 가능한 직접적인 관찰과 경험을 토대로 작품을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희곡에서 낭만주의의 영향으로 운문체 일색이었던 대사를 생활에서처럼 산문체로 바꾸고, 평범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으며, 과장이나 우연에 기대지 않고 논리적인 구성을 취하고, 인물의 성격을 유형화하지 않고 개성화했습니다. 또한 배우들은 연기에서도 과장을 배격하고 실생활에서처럼 지극히 자연스러운 연기를 지향하고, 무대미술가들은 실제와 같은 장치를 설계하였습니다. 연출가들은 연극의 모든 요소들이 조화로운 앙상블을 이루도록 하는데 큰 힘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사실주의를 제대로 구현하는 것은 일정한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극은 무대라는 공간에서 직접 실연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본질적인 특성상 몇 개의 한정된 장면속에서 이야기를 전개시킬 수 밖에 없으므로 삶의 모습과 그 본질을 소설이나 영화처럼 풍부하고 다양한 장면을 통해 보여줄 수 없는 거지요.


그런데 북한은 이를 뛰어넘을 수 있는 것으로 봅니다. 삶을 진실하게 반영하기 위해서는 본래의 모습대로 입체적으로 그려야 한다고 보고 극 구성에서 다장면 구성법을 적용시킵니다. 극이 발전하는데 따라 인물의 성격과 생활의 논리에 맞게 한 장면 안에서도 시간과 장소를 자주 변화시켜 화폭을 다양하고 폭넓게 펼쳐나갈수 있게 하고 생활의 흐름을 중단함이 없이 그대로 재현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인물과 이야기를 극적으로 빈틈없이 잘 짜면서도 생활을 풍부하고 자연스럽게 펼쳐낼 수 있게 됩니다.

말하자면 서사의 장점을 극에 적용시키는 것입니다.


생활을 진실하게 그려내기 위해 다장면으로 구성하는 방법은 북한에서만 창조한 것은 아닙니다. 서사극 이론을 정립한 브레히트나 <보이체크>의 작가 게오르그 뷔희너 등 진보적 예술가들도 사회의 진실을 그려내기 위해 기존의 연극과는 달리 많은 장면들을 취하여 삽화적으로 작품을 구성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다장면 구성법은 생활을 풍부하게 그려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자칫 극으로의 몰입을 차단시켜 버릴 수 있는 위험성을 가지게 됩니다. 특히 배경이 되고 있는 무대장치들의 원활한 교체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극의 흐름은 걷잡을 수 없이 끊어져 관객들은 극적 세계에서 튕겨져 나갈 수 밖에 없겠지요. 하기에 다장면으로 구성된 작품들은 상징적인 소품을 사용하여 아예 연극적 약속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러한 방법들이 사실주의의 내용과 형식 모두를 충족시키는 방법이라고 보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북한은 대신 무대장치에서 흐름식 입체무대를 개발하여 이 문제를 해결합니다.

사실적으로 재현된 입체적인 장치와 배경을 마치 물이 흘러가는 것처럼 끊김이 없이 전환시키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관객들은 극에서 튕겨져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되겠지요. 말하자면 다장면 구성법과 흐름식 입체무대를 통해 소설이나 영화와 같이 풍부하게 생활을 재현하면서도 극적인 긴장을 유지시켜 내는데 성공한 것입니다.

필자는 2005년에 대집단체조와 예술공연 아리랑을 직접 관람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 공연에서 북한의 흐름식입체무대를 이용한 다장면연출력이 얼마나 높은 수준에 올라섰는지 가늠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4(2)에서 계속>

* 참고서적 및 사이트
-<북한의 문학예술 운영체계와 문예이론> 전영선 / 역락
-<북한 문학의 이해> 김종회편 /  청동거울
-<북한의 공연예술1> 서연호, 이강렬 / 고려원
-<북한을 움직이는 문학예술인들> 전영선 / 역락
-북한 문학예술 사이트 http://www.nk-culture.re.kr
-북한 문화예술연구소 사이트 http://cafe.daum.net/BTFsocie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