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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이야기

[연극] 웃음의 대학 리뷰-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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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웃음의 대학 리뷰-2


-류 성 -



탄탄한 구조


치밀하게 잘 짜인 작품들의 대다수는 멜로드라마 혹은 비극에 속하며 대다수의 희극은 구조가 매우 느슨한 편에 속합니다. 그러나 미타니 코우키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라는 작품에서 시간과 공간을 극도로 한정시켜 매우 탄탄한 구조의 코미디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는 웃음의 대학에서도 특유의 치밀한 극작술로 만들어진 매우 탄탄한 구조의 코미디를 보여줍니다. 


웃음의 대학이 주는 탄탄함은 무엇보다 대립되는 목적을 가진 인물의 대결구도가 주는 팽팽한 긴장감에서 기인합니다. 작가인 츠바키의 목적은 어떻게든 웃기려는 것이며 검열관인 사키사카의 목적은 어떻게든 웃기지 못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이러한 두 인물의 대립되는 목표 자체가 강한 긴장감을 유발시킵니다. 츠바키와 사키사카는 서로 섞여들면서도 각자의 목적을 잃지 않음으로써 팽팽한 긴장감을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 유지하게 됩니다.


웃음의 대학이 주는 탄탄함은 ‘한정’이라는 요소도 빼 놓을 수 없습니다. 등장인물은 츠바키와 사키사카로  한정되었고, 서브 플롯은 존재하지 않으며, 장소는 검열관의 집무실을 벗어나지 않고, 극중 시간은 7일로 한정되었습니다. 웃음의 대학이 가진 이러한 제한은 마치 고대 그리스 비극의 치밀한 구조를 연상시킬 정도입니다. 이러한 제한은 서사적 경향의 근현대 드라마들처럼 삶을 다각도로 펼쳐보여 줄 수는 없지만, 극예술이라는 본질에 가장 부합하는 전략이기도 합니다.



희극적 장치


웃음의 대학은 탄탄한 구조위에 여러 가지 희극적 장치를 구사함으로써 웃음의 강도를 극대화시킵니다.


(1) 기본적인 희극적 장치는 극단적으로 대조적인 인물입니다. 두 인물은 직업도 극단적으로 대조적이지만 가치관, 성격 등도 극단적으로 대조적입니다. 작가인 츠바키는 웃음만큼 귀중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검열관 사키사카는 웃음처럼 무익한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츠바키는 잘 웃는 사람이지만 사키사카는 태어나서 한 번도 웃어본 적이 없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극단적으로 대조적인 인물들의 충돌 자체가 웃음의 밑바탕을 그려줍니다.


(2) 또 하나의 희극적 장치는 역전되는 상황입니다. 츠바키와 사키사카의 관계는 서로 대립되는 목표를 가진 적입니다. 여기에 사키사카는 검열관으로서 권력을 가지고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함으로써 상하관계가 설정됩니다. 그런데 극이 진행될수록 츠바키와 사키사카 관계는 변화하고 이에 따라 그들의 위치는 역전됩니다. 이러한 역전은 사키사카의 변화를 통해 보여지는 바, 사키사카는 츠바키의 작품수정에 구체적으로 동참하고, 츠바키의 수정본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상황으로 발전하고, 극의 후반에 이르면 츠바키의 완전한 동지가 되어 버리는 것입니다. 극의 진행동안 츠바키와 사키사카의 관계가 점진적으로 또 비약적으로 역전되는 상황을 지켜보는 관객들은 시종일관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됩니다.


(3) 또 하나의 희극적 장치는 대사 속에 포함된 여러 가지 언어유희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용해 온 동문서답하기, 기표와 기의를 바꿔치는 방식의 말장난 등이 자주 사용됩니다. ‘천황 폐하 만세’라는 표현을 삽입함으로써 벌어지는 일련의 소동은 언어유희의 백미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언어유희가 단순히 웃기기 위해 아무 곳에나 사용된 것이 아니라, 플롯의 발전과 인물의 성격에 밀접히 연관되어 사용되고, 때로는 풍자적인 성격까지 내포함으로써 언어유희는 억지스럽지 않고 웃음의 강도는 더욱 강화됩니다.


(4) 대본의 문제인지, 연출과 연기의 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몇 군데 흠도 보입니다. 츠바키가 대본의 내용 일부를 실연하는 장면 등에서의 연기, 달력의 날짜가 전환되는 연출 등은 자칫 유치한 인상을 줄 수도 있을 듯 합니다. 그 외에도 공연을 위해 넣은 듯 한 터치들과 과장된 표현들은 아무래도 사족 같은 느낌입니다. 오히려 삭제하거나 절제하는 것이 작품과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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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웃음의 대학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