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극예술의 서사적 특징 연구-2
2. 서사적인 장치와 문법
- 류 성 -
여기서는 북한의 연극, 가극 등 극예술에서 발견할 수 있는 서사적 장치와 문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무대 밖에서 제3자의 시점으로 불리워지는 노래인 방창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오페라(이탈리아식)는 아리아와 레치타티보, 그리고 코러스들의 합창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1인칭의 노래만 존재하는 것이죠. 이는 많은 오페라 창작자들을 불편하게 하는 규칙이었지만 이를 어쩔 수 없거나 반드시 지켜야할 철칙으로 여겼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조선식 오페라를 창작하려고 연구하던 중에 과연 이 규칙을 그대로 지키는 것이 옳은가 하는 문제의식이 든 겁니다. 그리고 과감한 시도를 합니다. 옛날 창극에서 일부 존재하던 방창에서 실마리를 찾고 이 방창을 가극에 도입하여 제3자의 시점에서 부르는 노래를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방창은 주인공이 직접 부르는 노래만으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생각과 감정을 대신 표현해주거나, 사건과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해주기도 하고, 특히 관객들이 가질만한 정서와 반응을 대신 표현해주는 등의 기능을 하는데, 이는 마치 소설의 서술자-정확히 말하자면 전지적 작가-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가극을 만들며 도입한 성악형식인 방창은 연극과 영화, 무용에서도 적극 사용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자막이나 나래이션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자막은 가극의 경우 표제자막, 가사자막, 설명자막 등으로 나눕니다. 표제자막은 제목을 비추는 것을 말하며, 가사자막은 노래가사를 비춰주는 것을 말합니다. 남한에서도 많이 쓰고 있지요. 설명자막은 상황과 사건의 설명, 등장인물의 심리 설명 등을 담당하는데 이것이 바로 서술자의 기능이라고 봐야 하겠지요.
나레이션을 북한에서는 설화라고 부르는데 <서술자의 이야기>라는 뜻입니다. 설화는 앞서 살펴본 자막과 대개 비슷한 기능을 수행합니다.
자막과 나레이션은 상황이나 사건을 이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상황이나 주인공의 심리를 대신 묘사해주는 등 서술자의 기능을 하는 장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북한의 연극과 가극 등은 서사적 문법에 가깝습니다.
북한의 연극과 가극 등은 극이라는 장르적 문법에서 보자면 장면의 수가 굉장히 많은 편에 속합니다.
극은 실시간으로 직접 행해지는 예술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소설이나 영화에 비해 시공간의 제약, 장면수의 제약, 인원수의 제약 등이 심한 예술이지요. 극작의 기술은 이러한 제약과의 싸움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북한은 가극과 연극을 연구하면서 한정된 시간과 공간을 배경으로 한 몇 개의 장면들로만 구성하는 것은 낡은 극작술이라고 판단하고, 생활의 논리에 맞게 다양하고 입체적으로 펼쳐내는 방향으로 극작술을 혁신합니다. 그리고 이에 발맞추어 연출에서도 다장면 연출을 연구하고 무대미술에서 흐름식 입체무대를 내놓습니다.
쉽게 말해 마치 소설이나 영화를 보는 것처럼 많은 장면들로 구성하여 전개시키는 것인데 이것은 서사적인 문법에 가깝습니다.
<연구-3에서 계속>
* 참고서적 및 사이트
-<북한의 문학예술 운영체계와 문예이론> 전영선 / 역락
-<북한 문학의 이해> 김종회편 / 청동거울
-<북한의 공연예술1> 서연호, 이강렬 / 고려원
-<북한을 움직이는 문학예술인들> 전영선 / 역락
-북한 문학예술 사이트 http://www.nk-culture.re.kr
-북한 문화예술연구소 사이트 http://cafe.daum.net/BTFsocie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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