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익환 목사님
한 번도 뵌 적이야 없지만
사무치게도 그리운 밤입니다
할아버지라고
불러보고 싶은데
차마 그러지 못하는 건
삶이 부끄럽기 때문일 겁니다
아니 교만과
허위의 가면 때문일겁니다
이 고백의 순간에서조차 벗지 않고 있는
그게 뭐라고
난 발바닥으로
-문익환-
하느님
이 눈을 후벼 빼보시라구요
난 발바닥으로 볼 겁니다
이 고막을 뚫어 보시라구요
난 발바닥으로 들을 겁니다
이 코를 틀어막아 보시라구요
난 발바닥으로 숨을 쉴 겁니다
이 입을 봉해 보시라구요
난 발바닥으로 소리칠 겁니다
단칼에 이 목을 날려 보시라구요
난 발바닥으로 당신 생각을 할 겁니다
도끼로 이 손목을 찍어 보시라구요
난 발바닥으로 풍물을 울릴 겁니다
창을 들어 이 심장을 찔러 보시라구요
난 발바닥으로 피를 콸콸 쏟으며 사랑을 할 겁니다
장작 더미에 올려 놓고 발바닥째 불질러 보시라구요
젠장 난 발바닥 자죽만으로 남아
길가의 풀포기들하고나 사랑을 속삭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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