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노래
-류 성
오전 10시 대방역을 지날 때
구성진 노래가 울려 퍼진다
연둣빛 스웨터속에 파 묻힌 늙은이의
쩌억 벌린 입
몇 안 되는 누런 이를 뚫고 토해내는 저 노래
아직 흙 냄새 채 가시지 못한 칡덩이를 씹는 맛처럼
향그럽고 서늘하다
제 빈 속도 한번 봐달라며 흔들흔들
아가리 벌린 깡통의 경망스런 춤사위
구구한 사연이야 다는 몰라도
이 보다 진실한 노래를 언제 또 들어보겠나
주머니속 동전을 만지작거리다
문득
우리 시대에 진실한 노래가
이렇게라도 살아있는 것에 감사해야 할까
슬퍼해야 할까
늙은 노래가 멀어져 간다
삶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