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성-
예술가의 작업에서 영감이 미치는 영향은 큽니다. 영감은 예술가의 열정을 끌어내어 창조에서 커다란 성과를 가져오게 도와줍니다. 예술가는 영감으로 창조를 시작하고, 영감의 힘에 의해 창조를 완성합니다. 과장해서 얘기하자면 영감이란 창조의 시작과 끝이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영감은 창조적 상태를 뜻한다고 볼 수 있겠지요. 예술가는 영감이라는 창조적 상태에 빠짐으로써 자신의 창조 작업에 분명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예술가는 정말 영감이 와야 작업을 시작할 수 있는 걸까요? 그렇다면 그러한 창조적 상태에 어떻게 빠질 수 있을까요? ‘영감의 순간에 빠져 작업을 하는 예술가’의 이미지가, 그 잘못된 이미지가 진정한 길을 찾기 어렵도록 만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술가의 창조작업 또한 분명한 노동이지요. 노동에 의해서만 창조성이 발양될 토대를 갖출 수 있습니다.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예술적 상상력이 잉태되고 이것이 예술가로 하여금 창조적 상태에 빠질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극작가는 글쓰기란 작업 자체가 몸에 붙어야 작가정신을 발휘할 토양을 갖추게 됩니다. 배우는 아직 감이 오지 않는다고 기다릴 것이 아니라 반복하여 몸을 움직이고 대사를 뱉아야 합니다. 연출가는 아무런 토대도 없는 상상력을 발휘하려고 용을 쓸 것이 아니라 공부하고 분석하며 연구해서 연출적 상상력의 토대를 구축해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창조의 씨앗을 발견할 수 있고 그렇게 발견해 낸 씨앗이 예술가로 하여금 창조적 상태, 영감으로 이끌어 줍니다.
톨스토이는 매일 하루에 몇 시간씩 글을 쓰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다고 합니다. 그와 같이 예술가의 육체와 의지는 작업이란 노동에 단련되고 익숙해져야 합니다. 작업에 익숙해진 육체와 의지는 정신적 능력을 발휘할 가능성을 더 크게 열어놓습니다. 작업에 단련되지 않은 예술가의 육체와 의지는 그 자체가 작업을 계속 방해할 것입니다. 오직 영감의 덕택으로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없진 않겠지만 일반적이지는 않겠지요. 특히 그가 천재가 아니라면 불가능하리라 생각합니다.
예술가는 영감이 올 때 작업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영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어야 합니다. 영감으로 창작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창작으로 영감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영감이란 예술가의 의식적이고 지속적인 창작 작업에 대한 일종의 보답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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