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숙아 사랑한다 작업후기
개요
1. 공연명 : 반유신 프로젝트 연극 <진숙아 사랑한다>
2. 역할 : 사업기획, 극작, 연출, 배우, 조명
3. 공연팀 : 조재현, 차준호, 이정아, 정윤희, 오혜진, 박정길, 박기태, 류 성
4. 공연기록 (총 11개 극장 20회 공연)
10.11-14 대학로 성균소극장
10.18 마산 창동 거리.
10.24-25 인천 아트홀 소풍.
10.27 홍대앞 창무포스트극장
10.30-11.2 대학로 시월소극장
11.8-9 제주 문예회관 소극장
11.25 영남대 인문관 대강당
11.28 청주 새벽 소극장
12.5 천안 단국대 학생극장
12.6 안산 근로자 종합 복지관 대강당
12.10 예산 문예회관
5. 함께 한 사람들
라디오반민특위
민족문제연구소
주권방송
조국통일범민족연합남측본부
4.9 통일평화재단
스텦유니콘
유니콘 사운드
3040 세대의 소통과 공감
민주행동
서울민예총
한국진보연대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아트홀 소풍
안산민예총
극단 걸판
리준만국평화재단
615공동위 제주본부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마산본부
경산시 농민회
대구경북 민권연대
청주 농민회
천안 시민캠프
천안 농민회
내포포럼준비위원회
작업일지 1
박정희 유신정권을 미화하고 찬양하는 발언이 들릴 때마다 소름이 끼쳤습니다. 유신의 희생자들 앞에서 사과는 커녕 역사가 판단할 거라는 이야기에 분노했습니다. 청산하지 못한 역사는 반복된다는 진실이 새삼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희망새 동지들과 연극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유신시대와 부마항쟁을 배경으로 한 연극입니다. 급하게 기획하다보니 부족한 게 많은데, 라디오반민특위가 함께 해서 일단 출발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 확정된 공연일자는 다음과 같습니다. 10월 6,7,8일 성미산 마을극장. 10월29-11월2일 배우세상 소극장입니다. 수입이 생기면 그 돈으로 다시 극장을 빌리고, 또 수입이 나면 또 극장을 빌리는 식으로 진행할테니 추후에 또 공연일자가 나오겠지요. 무식한 방식이지만, 그렇게라도 해야될 것 같아서요.
부산, 창원, 울산, 대구, 광주, 제주 등 지역 공연도 추진중이며 그 외에 공연을 유치할 단체, 공연 할 수 있는 공간 등을 찾고 있습니다. 공연제작에 뭐라도 도움을 주실 분들도 찾고요. 당분간 제 페이스북에 공연 관련한 광고소식을 자주 올릴텐데 양해바랍니다.
공교롭게도 10월은 유신정권을 무너뜨린 부마항쟁의 달이기도 합니다. 올해 10월이 유신시대의 회귀를 꿈꾸는 자들을 심판하는 달이 되기를, 준비 중인 이 공연이 작은 힘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작업일지 2
연극이 세상을 바꿀 순 없지만, 세상을 바꾸고픈 사람들의 만남을 안내해 줄 순 있더군요. 이번 공연사업을 준비하면서 그런 분들 많이 만났습니다. 같은 뜻 가진 분들 만나 같은 뜻 확인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참 행복했습니다.
게다가 함께 하고, 도와주고, 응원해주니 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혹여 한 분이라도 빠뜨릴까 두려워 이름 다 쓰진 못하겠지만, 고맙고 고맙고 고맙습니다. 힘나고 힘나고 힘이 납니다.
오늘 첫 공연 올라가면 더 많은 분들 만나겠지요. 관객 모시는 게 아니라 동지들 만나는 자리라고 생각하렵니다. 귀한 자리, 차린 건 부족해도 마음 다해 준비하겠습니다.
작업일지 3
첫 공연 했습니다. 리허설 할 때 4.9재단(인혁당 분들이 만든 단체입니다)분들 오셨는데, 공연직전이라 정신이 없어 죄송했습니다. 대구에서도 이 공연추진해보자고 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라디오반민특위회원분들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술도 먹고 좋은 얘기도 듣고 했는데 술값도 안 보태고 그냥 나왔네요. 윤희 이모님 재밌게 봐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앞으로도 윤희 편이 되어주세요. 매일 밤늦게까지 연습이라 바쁜 정은 누나 고마워요. 커피 맛있었어요. 크고 작은 실수들 많았는데 너른 마음으로 봐주신 관객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부족함 채워 조금 더 좋은 작품 만들겠습니다.
넓고 쾌적한 극장에 모시고 싶은데 사정이 여의치 않습니다. 먼지가 많고 자리가 불편한 지하소극장이라 한 켠에 죄송한 마음 떠나지 않습니다. 양해부탁드립니다. 오늘도 파이팅하겠습니다.
작업일지 4
두 번째 공연을 했습니다. 객석이 꽉 차버렸네요. 돌아가신분도 계시고. 웃어주시고 울어주시고 집중해주셔서 신나게 공연했습니다.
뒷풀이 갔더니 어느 선생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공연보면서 눈물 참느라 혼났다. 그 시절에 나는 공수부대원이었다. 실탄차고 수류탄 꽂고 몽둥이 들고 사람들 때려잡았다. 그땐 애국인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나는 죄인이었다. 지금 삼청교육대가 있다면 내발로 들어가고 싶다." 그 옆에 계신 분은 "저는 그 때 대학생이었습니다" 또 그 옆에 계신 분은 "나는 건달이었습니다"
어제 오늘 뒷풀이 자리에 가면서 느낀건데, 나이 드신 분들은 자신이 겪었던 과거 역사를 말씀하십니다. 젊은 분들은 자신이 겪고 있는 현재의 역사를 얘기합니다. 그런 얘기 나누시는 걸 보며 뿌듯했습니다. 작품 좋다 연기 잘한다고 칭찬받는 것보다 훨씬 더 기뻤습니다. 간만에 보람있게 사는 것 같아 행복했습니다.
철민 감독 경란씨 조항아누님 민노련 회원님들 대구에서 올라와준 성준형님 현아씨 언제나 미안했던 세훈이 일등공신 현분이 현분이 어머님 라반특위 회원분들 윤기진형 김태철 선배님 대학생여러분들 제자들 데리고 오신 선생님 덧뵈기 경락이형. 그 외 오신분들 모두 언급하고 싶은데 제가 모르는 분들이 많아서 안타깝네요.
께하고 도와주고 응원해주는 한 분 한 분의 눈빛이 최고의 조명입니다. 우리들의 뜻이 최고의 무대입니다. 행복한 시간들, 가슴 깊이 또 깊이 새기겠습니다.
작업일지 5
세번째 네번째 공연을 마쳤습니다. 4시공연은 객석도 꽉 차고 저희도 신나게 했습니다. 배우들 몸이 8시 공연에 적응되어있어 4시 공연이 영 불안했습니다. 그런데 관객분들덕에 없던 에너지도 생기더군요. 역시 대중의 힘이 제일 강합니다.
7시 공연은 좀 죄송했습니다. 4시에 비해 연기가 반 밖에 안 나왔거든요. 예약하고 안 오신 분들이 많아서 객석이 듬성듬성했고 예상과 다르자 저희들도 당황했던 것 같습니다. 토요일 7시 공연이 많을 것 같아 분산을 유도했는데 너무 열심히 유도했나 봅니다.
앙상블 밸런스 다 흔들렸고 게다가 어느 정도 공연에 익숙해지니 관성적인 연기를 했습니다. 사실 이 모든 문제는 배우들이 아니라 전적으로 연출인 제 탓입니다. 배우들이 또 한 번 생신한 기운을 가질수 있도록 북돋아야 했는데 제가 먼저 퍼져버리고 흔들리고 관성에 기대버렸거든요.
너무 힘이 되어준 은영누나 매형 늙은 배우들에게 젊은 힘 전해준 극단끼 맹단장님 콩보리님 우루루 떼로 몰려온 청춘의 지성 대학생들 언제나 고마운 걸판 최현미 대표님 내 동지 태현이 성희 깨우쳐 주시는 황성현 선배님 옛희망새 배우님 희망새 후원인님 우리배우 혜진이의 시어머님 혜진이의 벗들 기획일하시는 그 분 보고 싶은 변효진 효진이 동기분 옥진누님 오늘도 와주신 라반특위 회원님들 영양제 갖다준 현분이 언제 술한잔 나누고픈 현분이 애인 형님 공연 촬영해준 주권방송 상규씨 성함 모르는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진숙아 사랑한다>는 세가지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실종"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사라지는 내 곁의 사람들. 그들은 쫓겨나고 팔려가고 잡혀가고 죽임 당했습니다. 끔찍한 건 국가가 이를 방치하거나 개입하거나 조종했다는 겁니다.
두 번째 주제는 여성입니다. 가족을 위해 남자를 위해 회사를 위해 국가를 위해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받았던 여성들. 몇 겹의 억압을 받았던 것도 여성이었지만 유신을 깨뜨린 것도 여성들이었습니다.
번째 주제는 양심입니다. 극 중 인물들은 자신에게 닥쳐온 비극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가 맞이한 비극 때문에 행동을 시작합니다. 그러고보면 연대는 양심에서 출발하는 게 아닐까 역사도 그래서 발전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내일이 성균소극장에서의 마지막 공연입니다. 파이팅 또 파이팅 하겠습니다.
작업일지 6
성균소극장에서의 막공 잘 끝났습니다. 공연 들어가기 전, 어제 7시 공연 평가를 하면서 첫 마음으로 막공을 올리자는 얘기를 나눴습니다. 무대장치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도 나와서 급하게 반영했고요. 덕분에 훨씬 좋아졌네요. 공연직전, 갑자기 조명기 2조가 터져버리는 바람에 진땀을 뺐습니다. 다행히 유니콘 조명에서 빌려준 여분의 조명기가 있어 급하게 대체했습니다.
대기실에서 흘끔흘끔 지켜본 바로는 오늘 배우들이 정말 잘하더군요. 스텝분들의 호흡도 안정권에 올라선 것 같고요. 여전히 디테일과 앙상블이 부족하긴 하지만 점차 좋아질 겁니다. 다들 좋은 배우들 좋은 스탭들이고 무엇보다 마음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으니까요.
시우터 박종욱 대표님 광중이 수란누나 내 친구 정해 애기까지 안고 보러와준 순애 터주단원 윤명희님 좋은 작가 은정이 중국에서 오신 선생님 윤희숙님 아버지의 노래 출연했다돈 극단 끼 단원님과 친구들 혜진이의 지인 언니들 늦게 와서 공연 못보신 김영재님 멋진 배우 송유담 형님 언제 꼭 함께 작업하고픈 문의영 덧뵈기출신이라는 수진씨 원창연 선배님 무대제작 정길형님 드디어 보셨네요. 그외 제가 이름을 모르는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뒷풀이는 저희들끼리식사에 반주 한잔으로 조촐하게 저희들끼리 했습니다. 하태연 선생님께서 돌아가셔서 희망새 단원들은 부산행 심야 버스를 타야했습니다. 선생님 가시는 길 잘 보내드리길.
막공이라고 했지만 이제야 정말 시작입니다. 지역순회도 하고 12월 대선까지 계속해보자는 얘기도 나옵니다. 감사한 격려와 애정어린 조언 많이 받았으니 더 다듬고 분발하겠습니다. 내일부터 다시 작업에 들어갑니다.
다음주 18일 목요일엔 창원(마산) 창동거리에서 공연합니다. 행사시작은 6시입니다. 창동거리는 부마항쟁의 상징적 공간이라 의미가 깊고 부마항쟁 33돌 기념행사 초청공연으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상가들이 많고 차량들도 지나가는 곳이라 원작 그대로 올릴수가 없습니다. 시간도 3-40분으로 줄여야하고요.(원작은 80분입니다)
아쉽게도 세트와 조명효과를 모두 포기해야합니다. 대본 연출 연기스타일은 모두 바꾸어야 하고요. 새작품 만드는 것 만큼 품이 들어가는데 시간이 별로 없어 걱정입니다. 부마항쟁의 주역인 도시에서 또 의미깊은 자리에서 공연하는만큼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유신의 부활을 막는데 작은 힘 보탠겠다는 첫 마음 잊지 않고 정진하겠습니다.
작업일지 7
오늘은 진숙아 사랑한다 창원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피로가 채 가시지 않은 상태였는데 배우들 모두 작업에 성실하게 임했습니다. 산만한 거리에서 그것도 집회 행사중에 하는 공연이라 원작 그대로 할 수는 없겠더군요. 아쉽지만 일부만 보여드린다고 생각하고 1장과 2장만 공연하기로 했습니다. 탬포를 당겼고, 대사는
최대한 덜어냈고, 장면은 압축했으며 동선과 액팅을 단순하게 정리했습니다. 총 30-35분 가량 나올듯합니다. 여러 아쉬운 점은 있지만 어쨌든 현장상황에 맞게 해야지요. 내일 오후에 서울에서 출발하고 모레 저녁 6시 창동거리에서 열리는 부마항쟁 33돌 기념행사에서 공연합니다.
박근혜 후보가 부마민중항쟁에 대해 언급했더군요. 찬찬히 읽고 맥락을 따져봤지만 사과인지 위로인지 뭔지 잘 모르겠어서 그냥 언급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지지율 관리 차원이 아니길, 계속되는 "털고 가기"의 일환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부마항쟁은 33년전의 일이지만 책임있는 누군가가 사과한 적도 없고, 역사적 평가도 안 됐고, 국회에서 특별법 제정도 못했습니다(새누리당의 반대때문에). 그건 아마도 유신의 그늘이 지금까지도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함께 하는 어느 배우가 요즘 행복하답니다. 참 고마운 일입니다. 덩달아 행복해진다고 할까요. 저는 같이하는 배우들 스텝들이 자꾸 그리워집니다. 표현은 잘 못해도 마음은 그렇습니다. 이 공연사업을 진행하는 동안 우리는 전우애가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모쪼록 관객들뿐만 아니라 내곁의 동료들에게 참 좋은 공연으로 기억되길.
작업일지 8
마산 창동 사거리. 부마항쟁33주년기념식. 33년전 이 거리에서 시민들이 자유와 민주를 외쳤습니다. 마산 공연도 잘 끝났습니다. 공연 시작할 땐 썰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시민들이 발길 멈추고 함께 해주셔서 힘이 났습니다. 리허설할땐 그렇게 불던 바람도 공연할땐 잠잠해졌습니다.
저희 공연 불러주시고 여러모로 신경 많이써주신 기념사업회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매끼 맛있는 밥 차려주신 쌍동이집 식당에도, 푸짐한 회를 사주신 어느 형님께도 감사드립니다. 대학생 진숙이의 모티브인 최갑순 옥정애 선생님, 부득이 3장을 보여드리지 못해 안타까웠습니다. 역사의 현장에서, 즐거운 기억 담뿍 안고 돌아갑니다.
어느 분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과해야 할 사람이 위로라니? 자신이 제3자란 말인가?" 예. 그 말씀이 맞습니다. 그러니 털고 가기, 표심관리 차원이란 의심을 거둘 수 없는거죠.
다음주 수요일과 목요일엔 인천 아트홀 소풍에서 공연합니다. 토요일엔 서울 창무 포스트극장이구요. 셋업과 철거를 반복하느라 번거롭고 힘들겠지만, 그 또한 유신의 부활을 막는 싸움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작업일지 9
진숙아 사랑한다 인천공연 첫날 잘 끝났습니다. 빵빵 크게 웃어주시고 또 집중해서 봐주신 인천관객 여러분들 정말 고마웠습니다. 극장도 바뀌고 첫날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관객 여러분의 호응 덕분에 신나게 공연했습니다. 연극의 최종 완성자는 역시 관객입니다.
인천까지 유신 전시물 가지고 와주신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님 고맙습니다. 열심히 해서 유신 부활 막는데 저희도 힘 보태겠습니다. 인천 여성단체 여러분들, 전교조 선생님들, 이라선영님 대학후배님들, 그 외 이름 모르는 여러분들 고맙습니다. 눈물 콧물 꾹꾹 참으셨다는 "인천의 진숙이" 누님 고맙습니다. 형사한테 욕할 뻔 했다는 소풍 운영팀장 노태훈 형님 고맙습니다. 홍보, 셋업지원, 전반 실무를 빈틈없이 해주신 무성이 형님 고맙습니다. 공연 유치에서 식사, 술자리까지 정성 다 해주신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상근자 여러분.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진숙아 사랑한다 공연 보러 오시는 분들은 두 가지를 하셔야 합니다. 1. 민족문제연구소와 4.9평화통일재단에서 제작한 유신 전시물들을 로비에 전시합니다. 연극의 배경과 관련이 있으니 꼼꼼히 봐주시면 좋겠네요. 2. 공연 끝나면 플랑이 펼쳐집니다. 플랑에 공연 소감 또는 하고 싶은 말씀 적어주시면 됩니다. 사진 올려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사진이 제일 감동적입니다.
내일(목요일)도 인천 아트홀 소풍에서 8시에 공연합니다. 더 많은 분들과 더 진한 마음 나누기 위해 내일도 파이팅 하겠습니다. 이 작품, 너무 아끼는 작품이지만, 12.19 이후에는 다시 공연하는 일이 없기를. 오늘날도 드리워진 유신의 망령을 데리고 역사 속으로 영원히 사라지길 바랍니다.
작업일지 10
진숙아 사랑한다 인천 공연 잘 끝났습니다. 어제보다 더 많은 관객들이 오셔서 극장을 꽉 메웠네요. 센터회원들에게 "꼭 봐야 하는 공연이다" "안 보면 후회한다" "내일 서울 올라간다니까"라고 하시며 전화통 불이 나게 돌려주신 인천 시민문화예술센터 상근자 여러분들. 너무 고맙습니다. 12월에 인천에서 다시 한 번 앵콜 공연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2장 시작할 때 우루루 들어온 관객분들, 1장을 못 보여드려서 아쉽네요. 부천에서 애기 데리고 온 현경이 반가웠어. 정말 차 한 잔 하자. 두 번째 공연 보신 인천 진숙이 누님, 은영 누나, 득규형, 그리고 또또또. 두 번째 봐도 좋았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플레이 캠퍼스 장한섬 대표님,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좀 여유있어지면 꼭 찾아뵐께요. 인하대 대학생 여러분들, 여러분들이 우리나라의 희망입니다. 공연일정마다 따라다니며 보고 싶다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늦게 와서 결국 공연장에 못 들어온 어느 학생. 다음에 꼭 보러와줘요. 오늘은 모르는 분들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그래도 감사합니다. 매번 바뀌는 공연장소 때문에 수시로 탑차 몰고 다니며 셋작업하시는 정길형 고마워요. 정길형 파견해준 극단 걸판, 언젠간 이 고마움 갚을께요.
감동받은 얘기 좀 길게 하려고 합니다. 진숙아 사랑한다 공연은 감동후불제로 진행됩니다. 돈벌자고 시작한 일이 아니고 좀 더 많은 분들이 함께 하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렇게 모인 돈으로 또 극장을 빌리고, 경비로 사용합니다. 배우 및 스텝비용은 언감생심이고, 비싼 대관료, 자주 옮겨 다니는 경비 때문에 허덕허덕하며 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도 저희들 또 힘이 납니다.
아트홀 소풍에서는 수입금 전체를 저희들에게 줬습니다. 전기료라도 드리겠다 했더니 그것조차 거절했습니다. 후원은 못할망정 이렇게라도 응원하고 싶다고 말씀하더군요. 정말 가슴이 두근거렸습니다. 덕분에 다음주에 있을 대학로의 극장 2일치에 가까운 대관비를 마련하게 됐습니다. 정말 열심히 할께요.
어제는 동전이 가득 담겨있는 후불봉투가 나왔습니다. 오늘은 8천원이 담긴 봉투도 나왔구요. 이 분들, 정말 자기가 가진 돈 싹싹 다 털어서 넣으신 거에요. 어떤 분은 감동에 비해 너무 작은 돈을 넣어서 미안하다고 봉투에 써 주셨습니다. 또 어떤 분은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현금을 좀 뽑아올걸 잘못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또 어떤 분은 공연 너무 잘 봤는데 걱정이다, 저 사람들 가만 놔두지 않을 것 같다, 잡혀가면 어떡하냐고 얘기하셨답니다.
그냥 공연하고 다니는게 아니라 마음과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라 행복합니다. 갈 수록 더 많은 마음들 느끼고 있어 보람있습니다. 같은 뜻 가진 분들, 이렇게 곱고 아름다운 마음들 가진 분들 곳곳에 있다는 생각 잊지 않으면, 어떤 절망이 오더라도 힘차게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공연은 배우들이 실수가 많고 산만한 감이 있었습니다. 스텝분야는 템포가 급하게 진행되는 느낌이 있었고요. 포그머신이 발에 채였는지 각도가 틀어지기도 했습니다. 드리고 싶었던 것들 다 못 드린 것 같아 아쉽네요. 또 정진하겠습니다.
반가운 소식 있습니다. 팟캐스트 <주진우의 현대사>에서 진숙아 사랑한다 공연 광고를 해주신다고 했습니다. 라반특위 분님. 너무 고맙습니다. 열받는 소식도 있습니다. 저희 후원단체 중 하나인 주권방송 대표님 집과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했답니다.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군요.
모레 토요일에는 창무 포스트 극장에서 공연합니다. (잔재너머 희망 페스티벌. 토요일까지) 내일은 아침일찍부터 셋업 들어갑니다. 작업시간은 모자라고 할 일은 많지만, 지금껏 느껴온 마음들 되새기며, 더 많은 마음들 만난다는 설레임으로 작업하겠습니다. 참, 토요일엔 저희들 공연 이외에 김병수, 류금신, 손병휘님의 노래공연도 함께 진행됩니다. 두시간 반에 가까운 공연시간이 될 것 같네요. 단독 공연이 아니라 이 날 만큼은 감동후불이 아닙니다. 표는 1만원입니다. 장담하는데, 절대로 아깝지 않을 거에요. 그 날 공연하실 가수분들 노래가 참 좋거든요.
작업일지 11
창무포스트극장 공연 잘 끝났습니다. 일반적인 소극장보다 넓은 곳이라 공연 중에 객석에서의 반응이 잘 느껴지지 않아 걱정했는데, 공연 끝나고 말씀들어보니 좋았다더군요. 눈물 흘리는 분들도 많았다고 합니다.
몇몇 큰 사고들이 있었습니다. 리허설중에 조명기가 나가버렸는데 교체할 수가 없어서 그냥 갔습니다. 포그머신이 에러가 나서 한참동안 분사되기도 했고요. 입구쪽에 설치한 조명을 어느 분께서 옮겨 버리신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김철웅 감독님, 배인호 감독님, 오재원 실장님 호평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조재현 대표님의 선후배님들 조언해주신 말씀들 잘 새기겠습니다. 티켓파워 배우 오혜진의 지인들 감사합니다. 안산에서 자주뵜던 그 형님 고맙습니다. 극찬을 아끼지 않은 김병수 가수님, 눈물에 목이 상할까싶어 끝까지 못보셨다는 류금신 가수님 고맙습니다. 행사 준비하느라 수고한 식렬이형, 지숙이 누나, 누나의 딸래미들 또 보러 와줘서 고마워. 이틀동안 조명작업 함께 해준 태균이, 셋업에서 철수까지 함께한 정길이형 재민이 거듭 고맙습니다.
공연을 마치면 그런 말씀 많이 듣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친구들 데리고 오는 건데, 후배들 데리고 올 걸, 조합원들 데리고 올 걸, 제자들 데리고 올 걸, 우리 애들 데리고 올 걸. 작품이 너무 정치적이거나 무거울까봐 그냥 혼자 오셨답니다. 많이 보러 오시고 많이 추천해주십시오. 12월까지 계속 할 겁니다.
일요일엔 청계광장에서 유신시대 금지곡 콘서트가 열립니다. 부천 안중근 공원에서는 "유신의 추억" 전시회가 열리고요. 진숙아 사랑한다 공연은 다음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대학로 시월 소극장에서 합니다.
작업일지 12
진숙아 사랑한다 서울앵콜 공연 셋업작업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입니다. 이번 극장은 참 좋습니다. 지하가 아닌 4층이라 환기도 잘 되고 극장관리도 잘 되어있어 쾌적합니다. 괜찮은 극장이니 더 많은 분들 모시고 싶네요. 단, 엘리베이터가 없는 4층이라 올라오시는데 조금 힘들 것 같습니다.
이번주엔 귀한 분들 오실거란 소식 있습니다. 인혁당 사건 선생님들 화요일에 오신답니다. 다들 연로하시고 멀리 오셔야 돼서 몇 분이나 오실지 모르겠네요. 공연을 본 매니지먼트 실장님이 어느 목사님 모시고 온답니다. 그 목사님, 유신시대에 도시산업선교회 활동 하셨답니다. 75년도에 있었던 울릉도 간첩단 사건 선생님들도 오실 듯 합니다. 전태일 재단 분들도 오실 듯합니다. 장기투쟁 중이신 재능분들도 오실 것 같고요. 어느 선생님께서는 중학생들 15명 데려오신답니다. 금요일엔 라디오 반민특위 단체관람에 라반특 학예회도 열립니다.(7시 공연. 전석매진입니다.다른 날 와주세요.)
제주, 경산, 청주 공연 확정되었습니다. 안산, 성남, 부산, 인천 앵콜 막판 논의 중입니다. 지역공연은 상당히 힘듭니다. 대개 1-2일 공연인데 셋업을 위해 하루 혹은 이틀전에 내려가야합니다. 사전에 공연장 답사도 해야하고 공연장비 보강도 해야합니다. 공연은 하루이틀이지만 거의 3-4일을 보내며 자연히 경비도 많이 들게 되지요. 그래도 최소한의 경비만 해결되면 무조건 가야지요. 이건 싸움이니까요.
배우들 스텝들 요즘 전투하듯 살고 있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셋업, 공연 철수, 작업에 입술이 부르트고 삭신이 쑤십니다. 대부분 기혼자들이라 배우자와 아이들까지 고생이지요. 몇몇 분들 그렇게 말씀합니다. 왜 이런 작업만 하냐고. 돈도 되고 이름도 날릴 작업을 하라고. 그럴 땐 김남주 시인의 시 한 구절 꼭꼭 되새깁니다.
"시인이여 누구보다 먼저 그대 자신이 싸움이 되어서는 안 되는가 시인이여 누구보다 먼저 그대 자신이 압제자의 가슴에 꽂히는 창이 되어서는 안 되는가"
작업일지 13
서울 앵콜 공연 첫 날. 잘 끝났습니다. 오늘은 반성부터 해야겠습니다. 리허설 할 때 배우들에게 제가 좀 짜증을 많이 냈고 몹시 까칠했습니다. 이게 극장이 바뀔 때마다 나타나는 현상인데, 매번 후회하면서 잘 고쳐지지 않네요. 다들 피곤하고 몸도 아픈데 혼자서 성질 부렸으니 부끄럽습니다. 멀어도 한참 멀었습니다.
스피커에서 노이즈가 뜨는 게 해결이 안 되어 배경음악을 많이 줄여서 갔습니다. 음향 디자인 해놓은 게 맘처럼 안 되어 아쉬웠습니다. 배우들도 좀 당황스러웠을 겁니다. 내일이면 배우들 스텝들 모두 새로운 환경에 적응되지 않을까 합니다.
사월 혁명회 김종대 선생님, 배우 윤희의 오빠와 새언니, 칭찬 아끼지 않으신 큰들 전민규 대표님, 큰들 단원님, 내 친구 진화와 우리 학교 후배, 관객안내를 맡아준 정호, 노래로 앞풀이 멋지게 해주신 병수형님, 우루사와 자양강장제 건네준 예쁜 후배 안진영, 맛있는 커피와 쿠키, 머핀 사들고 온 임은정 작가, 크게크게 웃어주는 백자형, 광석이형, 선희누나, 혜진이, 당장 드라마로 만들자고 격려해주신 상상역 용욱이 형님과 지인분들, 오늘도 오신 혜진이 지인분들, 저녁식사 사주신 희망새 후원인 형님, 그리고 이름 모를 여러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오늘은 역대 최소관객이었는데 역대 최대 후원금이 들어와서 놀랐습니다. 지인 분들이 많이 오셨는데, 무조건 힘내라고 응원해주시는 것 같아 고마웠습니다.
공연 직후, 김종대 선생님 모셔서 관객들과 함께 말씀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선생님은 유신시절 민주화운동, 통일운동을 하시다가 인혁당 사건으로 20년 형을 선고받고 8년 동안 옥고를 치르셨습니다. 당시에 고문 받던 말씀 해주시는데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희들 수고 많다고 술과 안주까지 푸짐하게 사주셨습니다. 저희도 좋은 세상 만드는데 힘 보태겠습니다.
대관한 극장을 운영하는 극단 시월 분들, 극장에 갑자기 반유신 전시물들 쫙 비치되어 놀라지 않으실까 걱정했는데, 항상 웃으며 꼼꼼하고 세심하게 배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마지막날 공연도 함께 보시겠답니다.
정길이 형님이 크게 다치시는 사고가 났습니다. 응급실 실려가고 피가 흥건했다고 하는데 걱정입니다. 가보고 싶은데 그럴 수없어 안타깝네요. 무대제작과 셋업, 철수, 운전까지 도맡아서 고생이 정말 많았는데 죄송할 따름입니다. 다음주 제주도 공연가서 그간의 회포 좀 풀고 싶었는데, 가실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시간내서 부족한 점들 이것저것 보완하고는 싶은데, 일단 모두들 체력관리가 우선인 듯해서 이번주는 오후에 모여서 작업할 겁니다. 다들 연식은 속이지 못하나 봅니다. 그나마 제가 어린 축인데 제가 제일... ㅜㅜ
목요일과 금요일 오전에는 성남과 청주 공연을 위해 공연장 답사를 하러 갑니다. 매일 공연에 지방답사에 왔다갔다 바쁠 것 같네요. 건투하겠습니다.
작업일지 14
서을 앵콜 두번째날 공연 잘 마쳤습니다. 배우들 스텝들 모두 오늘도 최선을 다했네요. 뿌듯하고 고맙습니다. 여기저기서 응원과 격려 많이 듣고 있는데 여기에 익숙해질까봐 두렵습니다. 초심 잃지 않고 또 정진하겠습니다.
오늘은 리허설 꼼꼼하게 하고 몇가지 사소하지만 중요한 부분들 체크하고 공연 들어갔습니다. 극장은 좋은데 스텝들이 고충이 큽니다. 무대가 잘 안 보이고 소리가 잘 안들리거든요. 상당히 긴장되고 까다로울텐데 고맙습니다. 스텝들, 제가 요구사항도 많고 짜증도 자주 내는데 마음은 완전 사랑.
전태삼 선생님, 너무 예쁜 토토 유진이와 친구, 안무해준 세린이와 남친분, 세창형님과 범민련 분들, 두번째오고 내일도 오고 싶다는 오재원 실장님, 너무 보고 싶었던 홍대 밴드 레드로우 고니님과 진추님, 오늘도 티켓파워 혜진이 지인들, 준호형과 윤희의 노래 제자들, 낮엔 귤 두박스 보내주시더니 어느새 공연 보고 가신 주모리 김석규 사장님, 청년미래교육원 김은희님과 남편분, 관객안내에 재밌는 앞풀이까지해준 정호, 우연히 공연보시고 트윗으로 추천해주신 어느 분, 그 외 이름 모르는 많은 분들. 감사합니다.
오늘은 공연 커튼콜 후 전태삼 선생님께서 말씀해주셨습니다. 전태삼 선생님은 전태일 열사의 친동생입니다. 끌려가셔서 고초를 겪으신 어머니 얘기 들으며 몇번이나 울컥했네요. 객석에서도 눈물 훔치는 분들이 많더군요. "생각하는 백성이 되자" "함께 있는 것, 그 자리 그대로 지키는 게 모든 것이다" "형처럼 어머니처럼 이한열처럼 모든 사람들을 포용하고 끌어안으라"는 말씀 새기고 또 새기겠습니다.
내일부턴 저도 리허설 좀 열심히 해야겠습니다. 오늘 대사도 좀 씹고 연기도 많이 흔들렸거든요. 관객들 앞에 부끄럽고 배우들한테 죄송했습니다. 저도 배우인데 자꾸 망각합니다. 이 공연 진행하는 동안 제일 반성 많이 해야할 사람입니다.
오늘 어느 분께서 "처음으로 진심의 눈물을 흘렸다"고 글 남겨주셨습니다. 고맙고 두렵습니다. 매일 같은 장면, 같은 연기를 반복하는 저희들은 처음의 마음, 그 느낌 잃기 쉬우니까요. 마침 오늘 오후에 진숙이와 잠깐 그런 얘기 나눴습니다. 처음의 그 느낌,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다고. 진실하게, 기술이 아니라 마음으로 연기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내일은 오전에 청주에 공연장 답사를 다녀와야 합니다. 오가는 길, 몸조심 마음 다스리며 잘 다녀오겠습니다. 내일 저녁, 새로운 마음으로 공연 올리겠습니다. 끔찍했던 시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 남은 잔재들마저 영원히 떠나보내기 위하여.
작업일지 15
<진숙아 사랑한다> 서울 앵콜 공연 셋째날, 넷째날 모두 잘 끝났습니다. 제가 심한 감기몸살에 걸리는 바람에 이제야, 그것도 몰아서 공연 후기 올리네요.
학생들 역사공부 시키겠다며 멀리에서 공연 보러 와주신 성문밖학교 선생님들 감사합니다. 굳이 관람비 내야겠다던 성문밖학교 학생들 고맙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 방학진 사무국장님, 권병준 래퍼, 춤패 출 은하누님, 극단 꾼 봉희 모두 고맙습니다. 두 번째 봐도 좋았다는 은정이, 연극 보고 고마운 건 처음이었다는 은정이의 라푸푸 서원 동기 작가님 고맙습니다. 든든한 벗 극단 걸판 최현미 대표님, 오세혁 작가, 배우 강동효, 안유림, 한동원씨 모두 반가웠어요. 언제나 티켓파워 혜진이의 지인들, 민둘레 모임 기연이형, 민주노총 지호형, 요즘 제일 잘 나가는 팟캐스트 라디오 반민특위 회원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그 외 이름 모르는, 그리고 감기약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 관객여러분들 고맙습니다.
이틀 내내 객석은 꽉꽉 들어찼는데 저희는 잘 못했습니다. 배우들도 스텝들도 모두 피곤하고 지쳐있는 게 역력하더라는 어느 분의 말씀에 부끄러웠습니다. 이틀 동안 오전과 낮시간에 청주와 성남 등에 공연장 답사를 다녀오느라 리허설을 제대로 못하고 들어갔습니다. 역시나 공연할 때 사건사고들이 많더군요. 부족한 작품, 실수도 많은 공연이었는데 애정있게 봐주시고 박수쳐주신 관객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 공연 직후에는 그 자리에서 라디오 반민특위 학예회가 열렸습니다. 저도 객석에 앉아서 구경했습니다. 50대부터 20대까지 수십명의 회원들이 한 가족처럼 웃고 즐기며 잔치를 여는데, 그 어떤 공연보다 재미있고 멋드러졌습니다. 영상으로 제작한 라반특위 활동 과정을 보니 여느 운동단체들 못지않게 실천활동도 열심이었더군요. 뭐라 말할 수 없이 인상적이고, 또 감동적이었습니다.
이 공연을 하는 과정에서 참 많은 분들을 만납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무언가 행하고 있는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지난 몇 개월동안 한 발 멀찍이 떨어진 채 한 숨이나 쉬고, 정치평론가처럼 이러쿵 저러쿵 해댔던 제 모습이 떠올라 부끄러웠습니다.
이번 주에는 제주도를 갑니다. 8-9일 목요일과 금요일, 제주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공연합니다. 극단적인 국가폭력이 이루어졌던 4.3의 아픔이 있는 곳, 제주 관객과의 만남에서 더 많은 것들 배우고 느끼고 돌아오겠습니다.
작업일지 16
제주도 첫 공연 잘 끝났습니다. 세트를 실은 차량은 이틀 전에, 스텝들은 하루전날 출발했습니다. 극장을 점검하고 몇 가지 대책을 세운 다음 숙박을 했습니다. 공연 당일, 아침일찍부터 셋업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은 홀처럼 생긴 구조라 덧마루들을 이용하여 객석과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전날 공연을 했던 팀이 저희들에게 바닥천막을 빌려줘서 요긴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주공연을 위해 리준평화재단, 노래패 청춘 식구들, 615공동위 분들 등 많은 분들이 애써주셨습니다. 공연기획, 홍보, 크고 작은 실무들, 저희들의 숙박까지 세심하게 신경써주셔서 마음 편하게 공연할 수 있었습니다. YMCA사무총장님, 아이들을 데리고 오신 어느 어머니, 어느 부부, 아라홀 지기 김도형님 감사합니다. 페이스북 친구 신청까지 해주신 강이혜님과 친구 분 고맙습니다. 자기 와이프 보여줘야 겠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으신 극장 감독님 고맙습니다. 이름 모르는 분들이 많아서 다 적지를 못하겠네요.
인상적인 관객 두 분 소개드리고 싶습니다. 그림을 그리시는 민철님, 노래하시는 관수님입니다. 두 분 모두 장애인입니다. 민철님은 다리가 불편하고 관수님은 시각 장애가 있습니다. 관수님은 소리만 들으며 공연을 관람하셨습니다. 민철님은 틈틈이 관수님께 장면을 설명해주셨고요. 공연이 끝난 후 두 분과 손을 잡고 말씀 나누는데 뭐라 말할 수 없이 고맙고 또 고마웠습니다.
틈틈이 둘러본 제주의 풍경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공연 전날, 시내에서 강정마을 해군기지 백지화를 위한 촛불 문화제가 있어 참석했습니다. 강정마을 분들도 초청했는데, 토요일에 큰 집회가 있어 아마도 못 오실 듯 합니다. 요즘 강정마을에는 24시간 연속으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공사는 현재 20%정도 진행되었다고 하구요, 이번주에 국회에서 해군기지 예산안이 처리될 거라고 합니다.
진숙아 사랑한다 관극평에는 유난히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라는 말씀이 많습니다. 그 동안 여러가지 공연들을 해왔지만, 예전에는 이런 말씀은 잘 못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말씀들 보고 들을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뿌듯함도 느끼고, 없던 힘도 납니다. 문득문득 우리들이 분에 넘치는 응원과 격려를 받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봅니다. 평생 잊지 못할 귀중한 경험 많이 하고 있습니다.
오늘, 제주에서의 두 번째 공연도 잘 끝내고 돌아가겠습니다.
작업일지 17
제주에서 두 번째 공연 잘 끝났습니다. 첫 공연 끝나고 오전에 늦잠을 잔 덕분인지 한결 몸상태가 가뿐했습니다. 루시아 수녀님께서 맛있는 점심을 사주셔서 배불리 먹고, 방파제 길을 따라 산책도 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바다 풍경에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리허설을 한 뒤 대기하고 있는데, 고작 이틀 공연이라는 점이 너무 아쉬웠습니다. 제주에서 며칠이라도 더 공연하고 싶다는 마음 간절하더군요. 50명 가까운 관객들께서 웃고 울어주셔서 신나게 공연했습니다. 배우들도 스텝들도 특별한 실수없이 모두 깔끔하게 잘 끝냈습니다. 좋아진 몸상태 덕분에 발성도 한결 좋아졌구요. 역시 몸이 재산인가 봅니다.
긴 시간 공연 끝까지 잘 보아준 아이들-태은이, 지한이, 윤영이, 윤경이 고마워. 강정마을 집회준비로 바쁠텐데 이틀동안 무대설치와 철거까지 도맡아 해주셨던 615본부 집행위원장님, 민권연대 스물여섯살 청년 현치훈님 고맙습니다. 오신 줄도 몰랐다가 공연 끝나고 알아서 죄송했던 극단 한라산 최희영님과 지인분 고맙습니다. 푸짐한 점심식사에 비타민 초콜렛 선물까지 듬뿍 안겨주신 루시아 수녀님 깜짝 방문하신 정아누나의 남편 남욱이 형님, 1억짜리 장비 빌려줄테니 써먹어보라고 하신 석균 형님 고맙습니다. 통일청년회 회원님들, 민권연대 회원님들 반갑고 고마웠어요. 휠체어 타고 오신 서귀포 장애인 센터 연희님과 미영님 고맙습니다. 고동업 선생님의 쌍둥이 동생님과 지인분들 고맙습니다. 공연유치와 경비, 숙소마련까지 책임져 주신 리준 평화재단 사무총장님 고맙습니다. 두 번째 보는데 전보다 더 많이 울었다던 성실씨 고마워요. 노래패 청춘 수신씨, 소진님 고맙습니다. 부산 노래패 고구려 출신 하소명님 다음에 볼 땐 꼭 말 놓을게요. 제주도가 고향인 배우 혜진이의 아버님, 어머님, 남동생, 사촌언니, 이모님, 이모님의 지인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혜진이 많이 응원해주세요. 그 외 이름 모르는 제주의 관객 여러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매번 공연을 할 때마다, 왜 홍보를 많이 안 했냐고 하시는 분들 많습니다. 저희들끼리야 한다고 해보는데 아무래도 한계가 있습니다. 홍보 방법도 잘 모르고 이렇다 할 루트도 없습니다. 전담할 사람도 없고, 인맥도 얇고, 경험도 일천하지요. 보도자료를 만들어 꾸준히 보내보지만 거의 기사화되지 않습니다. 기획력이란 부분에서 우리는 많이 부족한 게, 아니 거의 없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 또 이런 생각해봅니다. 어쩌면 우린 초청공연이란 형식의 관성에 젖어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일은 누가 좀 해줬으면 싶은 생각에 빠져 있진 않은지 모르겠습니다. 목마른 자가 우물 판다, 결국엔 자기 힘을 길러야 된다는 얘기, 또 새겨봅니다.
부산공연이 취소됐습니다. 지역이 너무 바빠서 여력이 없는 듯 합니다. 성남은 결국 극장을 못 구했고요. 다른 지역도 공연장 구하는 문제로 애를 먹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한 번 더 앵콜 공연하면 적극 지원하겠다는 분들이 계신데, 아무리 찾아도 극장을 구할 수가 없습니다. 요즘엔 정말 공연장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더군요. 22일로 예정된 청주는 한 주를 연기했습니다. 경산은 25일 영남대 인문관 강당에서, 청주는 28일 새벽 소극장에서 공연합니다. 천안은 12월 3일 나사렛대학교에서, 안산은 12월 6일입니다. 어쩌면 논산, 아산에서도 공연하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취소, 연기된 공연일정 때문에 2주 가량 시간이 생겼습니다. 희망새 분들은 자체정비도 하고, 그동안 못했던 노래공연도 다닐 듯 하네요. 저는 이것저것 미뤄둔 일도 하고 틈틈이 지역공연장 답사도 다닐 계획입니다. 찬바람 부는데 감기 조심하시고, 모두들 파이팅입니다.
작업일지 18
<진숙아 사랑한다> 지역 공연을 위해 답사를 다니는 중입니다. 연말이다 보니 공연장 구하기가 어렵고, 그래서 결국 무산되는 경우도 좀 있네요. 가슴 아픈 경우도 있지요. 시와 구에서 관리하는 공연장들은 행사와 공연의 성격을 따지며 대관을 거부하기도 하거든요.
청주는 소극장이고, 예산은 문예회관 극장입니다. 그런데 안산, 천안, 경산은 좀 난감합니다. 공연장이 아니라 강당시설이거든요. 무대의 깊이는 너무 좁고 옆으로 깁니다. 조명 바텐은 2-3개, 채널도 몇 개 안 되고, 조명기도 쓸 만한 게 얼마 없네요. 객석은 300석-500석 규모라 핀 마이크를 쓰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직접 확인해보니 걱정이 태산입니다.
강당시설 관리하는 분들은 공연장비와 장치에 대해 잘 모르는 분들입니다. 난감한 건, 장비를 아예 건드리지 못하게 하는 분들이 종종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조명기 위치를 옮겨 달거나, 배선 바꾸는 작업을 못하게 하시는 거죠. 혹시 고장이라도 나면 윗사람들에게 혼난다는 겁니다. 이럴 땐 아무리 말씀을 드려도 요지부동입니다.
공연을 유치하는 주최단체에서는 대개 공연장 대관을 부담스러워 합니다. 공연장의 대관비 때문이죠. 그에 비해 강당의 대관비는 훨씬 저렴합니다. 하지만, 강당을 빌려놓고는 결국엔 음향업체, 조명업체, 발전기 등을 불러야 되니 오히려 비용이 더 많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5일 경산 인문대 강당, 27일 예산 문예회관, 28일 청주 새벽 소극장, 12월 3일 천안 나사렛대 패치홀, 12월 6일 안산 근로자 종합복지관 4층 대강당입니다. 다음 주엔 이런 저런 대책을 세우느라 분주할 것 같습니다.
작업일지 19
진숙아 사랑한다 경산 공연 잘 끝났습니다. 영남대학교는 정수장학회와 함께 박정희 군사정권이 강탈한 ‘장물’의 대표적인 케이스라고 하더군요. 1980년 이후 지금까지 박근혜 후보가 영남대의 실질적인 주인이라고 하며, 국정감사를 받을 정도로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최근엔 ‘박정희 대학’으로 개명하려는 시도까지 있었다는군요. 학생들과 교수님들, 대구의 시민사회단체는 지금도 영남대 정상화를 위해 싸우고 있다고 합니다.
공연장소인 영남대 인문관은 강당입니다. 연극 공연 장소로는 적합하지 않지요. 단점을 최대한 보완하느라 세팅할 때 애를 많이 썼습니다. 음향조명업체를 불러서 부족한 하드웨어를 보강했습니다. 뒷벽에 박혀있는 영남대 로고들을 가리느라 12M*8M의 천을 내리고, 모자란 조명바텐을 보강하느라 2층 난간, 사다리, 심지어 객석에도 조명기를 설치하느라 애를 먹었습니다. 궁하면 통한다고 어떻게든 방법이 생기더군요.
최대한 보강은 했지만, 객석은 도무지 어떻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프리젠테이션 용도의 강당이라서 객석에서 무대를 보면 배우의 상반신만 보이는 구조였거든요. 사각이 많이 생겨서 관람하기 불편하셨을텐데, 집중해서 봐주신 관객분들에게 정말 감사드립니다.
저희 공연을 주최하신 경산 농민회와 대경민권연대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객석 맨 앞 줄에서 따뜻한 미소와 눈물로 공연 봐주신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통령 후보님, 김미희 의원님 고맙습니다. 힘내시고 부디 예쁜 세상 만들어 주세요. 공연 내내 눈물 흘리시던 어느 여성 분 고맙습니다. 4.9 인혁당 선생님들 및 유신 피해자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노구를 이끌고 민주와 통일에 매진하시는 그 뜻, 잊지 않겠습니다. 경산 통합진보당원 여러분들과 영남대 및 대경대련 학생들 고맙습니다. 진주 큰들, 대구 함세상 단원분들 공연 먼 길 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세팅 도와주고, 먹여주고, 재워준 성준이형 고맙습니다. 애기엄마가 된 근주야 반가웠고, 행사 준비하느라 수고한 소현이 고생 많았다. 멀리 포항에서 오신 분들도 있으시고, 그 외에 참 많은 분들이 오셨는데 대부분 모르는 분들이라 일일이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이제 28일 청주, 12월 5일 천안, 12월 6일 안산, 12월 10일 예산에서 공연합니다. 논산, 서산, 인천앵콜, 성남 등 공연장을 못 구해서 결국 무산된 곳들이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지역의 관변단체들도 이 시기에 행사를 많이 한다더군요. 감사패 주고, 강연하고 등등. 당연히 그들도 그들 나름의 목적이 있는 거죠. 그러니 저희들은 저희들대로 어떻게든 한 번이라도 더 공연하려고 애써봐야지요. 애초에 11월까지만 하려고 했는데, 기왕에 이렇게 된 거 박근혜 후보님도 저희들 공연 보실 수 있게 대선 때까지 쭉 해보려고 합니다.
다음은 이정희 후보님의 공연 소감입니다. 꽃다발 드리고 싶었는데 저희들이 받았네요.
질 / “진숙아 사랑한다” 공연에 대한 소감은?
답 / ‘배고파서 못살겠다’ 라는 현수막 들고 이층 바닷가 창문에서 검푸른 바닷가에 노래 듣는데 눈물이 났다. 도둑으로 내몰리고 쫓겨나고 팔려간 사람에 대한 공감. 우리 잘못이 아닌데 라는 마음이 느껴져서 일렁였다. 연극 만들어주신 배우들과 스텝에 고맙다는 말씀 드리고 싶다.
질 / 연극을 영남대에서 한 것도 의미가 있다. 유신청산에 대해선?
답 / 우리 역사의 아픔이 시작된 것은 친일의 뿌리에서다. 분단에 기생해서 독재의 칼을 휘두르면서 민주를 짓밟았다. 연극은 한국사회의 노동자의 처지, 삶과 죽음에 내몰린 노동자와 국가보안법으로 인한 탄압을 보여줬다. 영남대가 유신시절 박정희 대통령이 빼앗은 그곳이다. 마치 자신의 재산인 것처럼 박근혜 후보에 물려줬다. 89년 즈음에 영남대 학생과 구성원들의 학원자주화 싸움으로 사회적 의제가 됐다. 사회적 명예를 세탁한 곳을 사회적 여론에 의해 물러섰다. 2009년 이명박 정권 들어서며 원래 자기 것인냥 영남대의료원 노조 탄압 등에 나선 것이다. 박근혜 후보가 지명한 이사들에 의해. 역사의 썩은 뿌리를 잘라냈다고 생각했는데 제대로 잘라내지 못한 썩은 뿌리가 발목을 잡고 있다. 건강하게 키우려 한 민주주의와 통일의 잎 메말라가게 했다. 이것이 과거가 아니라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고 신분 부 명예 세탁하면서 청와대로 가려는 유신의 퍼스트레이디 막는 일이 얼마나 절박한지를 영남대에서 느끼게 됐다. 사회적 책무를 더 많이 느꼈다.
질 / 대선 출마 이유?
답 / 2009년 이후 당의 야권연대 노선 주도했다. 노무현 정부 실패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다. 정리해고와 손배가압류 등 민주정부에서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다. 한중한미FTA로 농촌 고려장시키려고 하는 것 아니라면 그렇게 되선 안 된다. 정권교체는 당연하다. 그리고 실망하지 않으려면 진보적 정권교체로 만들어야 한다. 진보적 정권교체 반드시 만들어낼 것이다.
- 반유신연극 ‘진숙아 사랑한다’ 관람 후 토크 콘서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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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공연 잘 끝났습니다. 마침 박근혜 후보님이 충청권 민심 잡는 날이라 저희도 충청 민심 좀 잡아봤습니다. 보여 드리고 싶어서 공개초청 같은 걸 할까 생각했는데 차마 초청은 못했습니다. 저희들에겐 소중한 공연장이겠지만 그 분에겐 너무 누추할지도 모르니까...에이, 솔직히 말하면 선거법이든 보안법이든 괘씸죄든 명예훼손이든 뭐 그런 거 걸어버릴까봐 무서워서 안 했습니다. 저흰 감옥이 아니라 극장이 필요한 사람들입니다.
새벽 소극장은 아담하고 정겨운 느낌이 드는 소극장입니다. 객석이며 무대 등 아마도 극단 단원들이 손수 뚝딱거려가면서 만들었을 듯 하더군요. 극장위치도 참 좋습니다. 학교들과 주택단지들 속에 있거든요. 술집들이 즐비한 상업거리가 아닌 곳이라 편안했습니다. 이것저것 귀찮은 요구 많이했는데 내색없이 성의를 다해 도와준 극단 분들 고맙습니다.
오늘 귀한 분 오셨습니다. 조순영 전도사님인데요, 유신시대에 도시산업선교회 활동을 하셨지요. 공장에 위장취업한 이야기, 발각되어 쫓겨난 이야기, 영등포산업선교회에서 교육받고 다시 청주로 돌아온 이야기, 노조를 만들고 투쟁하던 이야기 , 끌려가서 의문사 당했던 장진동 목사님의 아들 이야기 등등. 관객들에게 많은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이야기 들으며 자꾸 전도사님의 낡은 외투와 목도리, 신발 등에 눈길이 머물렀습니다. 저런 분이 사회적으로 대접받고 존경받아야 하는데, 저런 이야기들이 역사교과서에 실려야 하는데. 그런 세상 얼른 만들어야죠. 정말 좋은 세상 만들어야죠.
이 작품 공연하고 다니면서 전도사님 같은 선생님들 자꾸 뵙게 됩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역사 공부도 많이 하게 돠고요. 새롭기도하고 보람도 있지만 마음 한 켠에 부담도 있습니다. 겪어보지도 않은 역사 이야기를 극으로 만드는 건 게으른 제겐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딴에는 자료조사를 한다고 해보지만 그걸로 어디 되겠습니까. 연기하다가 객석에 어르신들 보이면 마음이 조마조마합니다. 사실 그대로 그리는 건 언감생심이지만, 그래도 그 삶과 역사를 왜곡없이 진실하게 그렸던가, 지금 연기하고 있는 나는 진실한가. 죄송하고 두렵지요.
깨끗했던 당신의 삶만큼 맑은 얼굴 가지신 조순영 전도사님의 말씀 중 일부분입니다.
"공연 보는 내내 온 몸이 떨리고 심장이 떨리고. 지금도 진정이 안 되는데. 내가 겪은 시대가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것 같아서. 12월 19일 투표 잘 해야돼요. 우리 진보가 많이 어렵지만, 정말 잘 하고 열심히 해서 사랑 받아야 됩니다."
작업일지 21
진숙아 사랑한다 천안 공연 잘 끝났습니다. 이번에도 셋업 작업은 쉽지 않았습니다. 부족한 채널과 연장선, 천장내부에 가득한 석면과 유리섬유들. 때문에 조명작업은 상당히 곤혹스러웠습니다. 스피커와 모니터 문제를 해결하느라 음향감독도 엄청 뛰어다녀야 했습니다.
그래도 사기충천해서 작업했습니다. 대선 TV토론에서 이정희 후보님의 통쾌한 일갈 덕분이었습니다. “다카키 마사오”란 단어가 검색어 1위를 차지한 그 시각, “다카키 마사오의 유신체제! 그 실체를 밝힌다! 반유신 연극 진숙아 사랑한다”라고 적힌 포스터와 플랑이 단국대 교정과 학교 인근 곳곳에 붙었습니다.
안타까운 것은 폭설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내린 눈은 해가 저물어도 그칠 줄 몰랐습니다. 교정의 학생들은 부랴부랴 학교를 빠져나갔습니다. 시내에는 버스 외에는 차량이 움직이지 않는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주최측에 전화가 자꾸 걸려왔습니다. 위험해서 도저히 공연을 보러 갈 수 없다는. 공연 2시간 전, 공연을 연기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습니다.
그러다가 공연 1시간 30분전, 예정대로 공연을 강행하는 것으로 최종 결론을 냈습니다. 다른 일정과 공연장소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학내에 나부끼는 포스터 플랑을 본 단국대 총장님 부총장님, 노발대발 난리가 났다는 소문도 있더군요. 200분 예약하셨다는데, 대부분 못 오셨습니다. 그래도 그 폭설을 뚫고 60명 가량 오셨습니다.
천안 시민캠프 여러분, 단국대 동문회 여러분, 시험기간인데도 공연 보러 온 단국대 학생들, 무대바닥이며 이것저것 빌려준 극예술 연구회 학생들, 조명기 빌려준 홍승덕 사장님, 여자친구 기다리다가 우연히 공연 봤는데 이번에 꼭 투표해야겠다는 어느 학생, 직접 겪은 유신시대에 대해 열변을 토하신 어느 선생님 모두 고맙습니다. 돌아가시는 길, 험하지 않았나 모르겠습니다.
얼어붙은 탑차 열쇠구멍을 녹이면서 예년보다 빨리 찾아온 추위, 너무 심한 폭설이 자꾸 미웠습니다. 아마도 철탑위에 올라간 노동자들 때문일 겁니다. 노동권 보장 않는 민주주의, 인권, 복지는 전부 거짓말입니다. 얼마 남지 않은 12월 19일. 진실이 승리하는 날이 되길, 하늘로 올라간 노동자들이 웃으며 내려오는 날이 되길.
작업일지 22
진숙아 사랑한다 안산공연 잘 끝났습니다. 폭설에 얼어붙은 빙판, 그 위에 또 눈이 내리더군요. 자연현상이야 막을 수 없지만 이명박 위에 유신부활, 그건 막아야지요. 작은 힘이라도 보태고 싶어서, 그래서 못난 작품이지만 기를 쓰고 공연 올립니다. 새벽 찬바람, 빙판길 헤쳐도 힘이 솟습니다.
공연 전날, 유니콘 조명 석균형님께서 조명 세팅해주셔서 한결 가뿐했습니다. 유니콘 사운드 상하형, 박성석 대표님 덕분에 음향도 든든했습니다. 뭐라도 더 해주고 싶다며 예산 공연까지 지원해주시기로 했습니다. 이 공연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너무 많은 분들에게 너무 많이 받습니다. 힘 보태고 싶어 시작했는데 자꾸 받기만 합니다.
관객이 많지는 않았지만 충분히 뜨거운 자리였습니다. 안산 공연을 위해 애쓴 걸판 최현미 대표님, 김태현 동지, 은진누나, 안산 민예총 여러분 고맙습니다. 직장인 밴드 피라니아 분들 너무 멋있었습니다. 밴드의 보컬인 해고노동자 황영수님의 투쟁조끼와 두건, 잊지 않을 겁니다. 풍물패 터주분들의 신명나는 북소리에 심장이 더 크게 뛰었습니다. 통일마당 여러분들, 걸판 식구들, 성희, 단이, 정후, 안산 한양대분들,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10월 한 달 몇 차례 공연하고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던 공연이 12월까지 이어지고 있네요.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 막무가내로 시작한, 시간도 없고 재정도 없이 시작한 공연인데, 큰 깨달음 얻습니다. 외로워 할 것 없구나, 두려워 할 것 없구나, 문예운동이란 게 뭔지, 어느 자리에 있어야 하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시간입니다.
지역공연은 12월 10일, 예산 공연이 마지막입니다. 서울에서 한 번 더 공연하려고 추진 중인데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건투하겠습니다.
작업일지 23
예산 공연 잘 끝났습니다. 예산은 매헌 윤봉길 의사의 고향이기도 합니다. 12월 19일은 윤봉길 의사가 사형 당하신 날이기도 하지요. 셋업을 위해 전날 예산에 내려갔더니, 플랑과 포스터가 곳곳에 붙어 있었습니다. 지역신문에 광고도 실려있고, 치킨집과 슈퍼마켓에선 표를 나눠주더군요. 공연 주최하신 내포포럼준비위원회 분들께서 얼마나 애쓰셨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최근에 주최측에 항의 전화가 많이 걸려왔답니다. 민감한 시기에 왜 이런 공연을 하냐고.
공연 보신 문예회관 감독님께서 그런 말씀 하셨습니다. “反유신 연극”이란 말을 뺏으면 더 많은 사람들 보러 오지 않았겠냐고. 사실 많은 분들에게 같은 말씀 들었는데요, 일부러 “反유신‘이란 말 꼭꼭 집어넣었습니다. 공연 많이 보러 오시는 것도 좋겠지만, 곳곳에 붙은 플랑과 포스터가 주는 효과를 먼저 생각했습니다. 멋진 공연이 되기보다는 유신의 부활을 막는 하나의 싸움이 되길 원했습니다.
너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300여분의 관객들이 오셨습니다. 시험기간임에도 공연 보러 와준 초등학생들, 중학생들, 고등학생들 고마워. 학생들 데리고 오신 부모님과 전교조 선생님들 고맙습니다. 함께 울고 웃어주신 예산군민 여러분 고맙습니다. 음향 지원해주신 유니콘 음향 박성석대표님, 상하형 고마워요. 이번에도 긴급지원 와주신 승덕이형 고맙습니다. 공주에서 먼 길 달려온 민족극 연구소 판 조훈성씨 고맙습니다. 예산문예회관 조명감독님, 음향감독님 고맙습니다.
하필이면 대선 2차 TV토론 하는 날이라 좀 죄송하기도 했습니다. 공연은 7시 시작, 토론은 8시 시작. 빨리 공연 끝내야 TV토론 보실텐데 싶어 마음이 좀 급하기도 했습니다. 저희들은 철수작업 시작하면서 얼른 TV토론을 연결했습니다. 극장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TV토론을 들으면서 작업했더니 그것도 나름 재미있더군요.
안타깝게도 예산 공연이 마지막 공연이 될 듯 합니다. 12월 19일까지 공연을 이어가고 싶어서 여러모로 애를 써보았는데 영 여의치 않더군요. 좀 더 빨리 시작하지 못했고, 좀 더 치밀하지 못했던 탓입니다. 그래도 서울, 마산, 다시 서울, 인천, 다시 서울, 제주, 경산, 청주, 천안, 안산, 예산. 3개월간 11개의 극장을 돌아다니며 공연을 올렸습니다.
그동안 음으로 양으로 도움주신 많은 분들에게 고맙고 감사한 마음 더 뭐라고 말씀 드려야 할지. 그리고 든든하고 행복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자신의 현장에서 크고 작은 투쟁을 일구고 있음을 확인했으니까요. 모쪼록 저희들의 공연이 작은 보탬이라도 되었기를, 그 많은 분들과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무엇보다 다가올 12월 19일 함께 웃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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