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동화-5 손가락 빨기
잘 때만 천사를 위한 창작동화-5
손가락 빨기
-류 성-
태영이는 아직도 손가락을 빨아요. 아기처럼 쪽쪽.
배고파도 쪽쪽, 심심해도 쪽쪽, 잠 올때도 쪽쪽.
"손가락 빨지마. 태영이는 아기가 아니잖아."
"싫어. 난 손가락 빠는 게 좋단 말이야."
오늘은 할머니가 왔네요. 태영이는 할머니가 좋아요.
"에이그, 자꾸 손가락 빨면 감기 걸린다."
갑자기 할머니가 싫어졌어요.
그날 밤, 태영이는 꿈을 꾸었어요
무시무시한 병균들이 달려들어요. 주사기를 들고.
"싫어, 싫어. 주사 맞기 싫어."
태영이는 오늘도 손가락을 빨고 있어요.
삼촌이 왔어요. 태영이는 삼촌이 좋아요.
"자꾸 손가락 빨면 못난이 된다."
갑자기 삼촌도 싫어졌어요.
그날 밤, 또 꿈을 꾸었어요.
이빨이 앞으로 툭 튀어나오네요. 피노키오처럼.
"싫어, 싫어. 못난이 되는거 싫어."
태영이는 오늘도 손가락을 빨고 있네요.
어? 이모가 왔어요. 태영이는 이모가 좋아요
"손가락 사탕 사왔어. 냠냠 맛있게 먹어."
역시 이모가 제일 좋아요.
냠냠 쪽쪽 냠냠 쪽쪽 맛있는 손가락 사탕
자꾸 자꾸 녹아서 없어지는 손가락 사탕
그날 밤, 또 꿈을 꾸었습니다.
손가락 쪽쪽 빨았더니 자꾸 자꾸 녹아요
손가락 사탕처럼 손가락이 녹아요
"으앙 으앙" 잠자던 태영이가 엉엉 울어요
"왜 그러니?"놀라서 일어난 엄마 아빠
"손가락이 자꾸 자꾸 녹아서 손가락을 빨 수가 없어."
"괜찮아. 꿈을 꾼 거야. 태영이 손가락은 괜찮아."
손가락은 괜찮아요. 정말 그대로 있네요.
"이젠 절대로 손가락 안 빨 거야."
다음날, 태영이가 또 손가락을 빨아요.
"태영아. 이젠 손가락 안 빨 거라며?"
아차! 손가락을 쏙 뺐어요. 그리고는
"이젠 조금만 빨 거야. 그럼 괜찮을 거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