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이야기
[작업후기]-반전평화 예술몸빵
류 성
2013. 4. 23. 14:59
반전평화 예술몸빵 보고서
작성자 류 성
2013년 4월 14일 홍대앞 걷고 싶은 거리 / 창무포스트 극장
반전평화 예술몸빵 잘 끝났습니다. 열흘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일어났던 이런저런 사연들은 어쩌면 작은 기적이라고 불러도 좋겠습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좋은 공연 펼친 출연진들과 귀중한 작품 출품한 미술, 영상 작가들이 있었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뒷일 도맡은 스탭들과 그 외 음으로 양으로 힘을 보탠 많은 분들이 있었습니다.
역전의 용사들 한 자리에서 만난 듯한 분위기에 설레였고, 새로운 얼굴들이 함께해서 기뻤습니다. 우리는 한동안 서로의 얼굴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모두에게 아름답고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기를, 나아가 희망의 에너지로 발전하기를 바라고 또 바랍니다. 그리하여 우리 모두가 이 나라의 평화와 통일을 이루는 하나의 씨앗이 되기를 간절하게 바랍니다.
산술적으로 계산되지는 않지만, 반전평화 예술몸빵이 여러 가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건 확실합니다. 첫째, 콘서트장에는 대략 150명이 오셨습니다. 거리공연과 야외전시회를 구경한 분들, 현장중계를 보신 분들도 꽤 있겠습니다. 유인물 3천장이 서울시내 곳곳과 홍대 거리에서 배포되었습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소식을 접하신 분들은 그보다 훨씬 더 많을 겁니다. 다음포털과 한겨레 신문에도 기사가 실렸으니 이를 통해서도 많은 분들에게 알려졌으을거구요. 곧 공연 촬영본이 유튜브 등을 통해 배포되므로 지속적으로 알려질 거라 기대합니다.
둘째, 반전평화 국민행동을 비롯한 여러 단체와 개인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었습니다. 이번 예술몸빵이 준비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반전평화운동을 좀 더 적극적이고 대중적으로 벌려볼 고민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특히 공연을 관람한 사람들의 평가가 굉장히 좋았다고 합니다. 또한 몇몇 지역의 예술가들도 예술행동을 해보자는 이야기가 오고간다고 하고, 예술몸빵 팀이 지역순회공연 좀 다녀주면 안 되겠냐는 의견도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셋째, 무엇보다 중요한 성과는 몸빵했던 예술가 스탭들의 마음속에 새겨진 무언가가 있다는 점입니다. “오랜만에 기분 좋은 몸빵이었다”라는 평가 한 마디가 압축적으로 보여주듯, 모두들 즐겁고 신나게 예술몸빵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예술가로서의 보람과 긍지를 느꼈다는 분도 있고, 무력감에서 벗어났다는 분도 있고, 앞으로도 뭔가 더 이어가보자는 의지를 밝힌 분들도 있었습니다. 우리 예술가들이 바라는 건 딱 한가지입니다. 자신의 재능과 노력이 보람있게 쓰이는 것.
아쉬운 점도 없지 않습니다. 작은 기적처럼 큰 판이 만들어지긴 했지만, 그보다 좀 더 큰 판을 열어내지 못한 우리의 실력입니다. 천 명, 만 명의 사람들을 모을 수 있는 실력이 있었다면 더 많은 역할을 할 수 있었을텐데요. 너무 행복한 시간이었지만 동시에 제 자신에 대해 반성도 많이 했습니다. 나는 낮은 실력에 머무르면서 그냥 안주했던 건 아닌지, 아는 기자 한 사람 없고 이렇게 인맥이 짧고 얕았다니, 진작에 페북 친구도 많이 만들고 트위터도 좀 할 걸 싶었습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작품 만들고 더 널리 알리고 더 많이 공연하고 다녀야겠습니다. ‘그건 내가 할 일은 아니야’라고 생각했던 기획, 홍보일에 관한 연구도 하고 경험도 쌓야봐야지요.
또 하나의 아쉬운 점은 이렇게 모인 예술가들의 마음과 의지를 이어나갈 어떤 구조와 체계도 없다는 점입니다. 그러므로 이 귀중한 성과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휘발되어 버릴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참가한 예술가들이 앞으로도 서로 자주 소통하면서 뜻과 고민을 나눌 방법은 없는지, 그 아름다운 마음들을 지속적으로 묶어내며 발전시켜 나갈 방법은 없는지 참 고민스럽습니다. 연극분야는 “경험과 상상 파티”라도 있지만 다른 장르는 그런 장이 있는 건지, 그리고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무언가는 없을지. 솔직히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당장에 무슨 문예위 무슨 연합 등의 깃발 올리고 대표자들 모여라 하는 식으로는 잘 안 될 것 같구요.
새롭게 깨달은 점도 있습니다. 저는 이번 예술행동이 기존의 여러 문화행사들과 표면적으로는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내적으로 볼 때는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첫째, 우리 예술가들의 긍지와 자부심이 발휘되었습니다. 1인 시위 정도에 머무르던 반전평화운동에 우리 예술가들이 나서서 대중적인 판을 열어냈습니다. 그렇게 앞장에 서서 뭔가 이뤄낸다는 그 느낌이 우리 모두에게 큰 힘이 되었을 겁니다. 전쟁을 막아야 한다는 절실함에서 시작했지만 그 과정이 무척이나 설레였고 뿌듯했던 것은 그러한 이유입니다.
둘째, 예술가들이 주체적이고 자발적으로 만들어 낸 것입니다. 시작도 그러했지만, 과정을 잘 봐야 합니다. 카톡을 통해서 일의 진행상황을 수시로 공유하고,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토론하고, 틈만나면 서로를 격려하고 응원했습니다. 일이란 실상 이렇게 되어야 잘 되는 것 같습니다. 객체가 되는 순간 능률이 떨어지지요. 만약 일반적인 행사판처럼 어딘가에서 걸려온 섭외 전화 받고, 일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도 못한 채 공연 당일에 시간 맞춰서 공연하고, 뭐 그런 식이었다면 이런 공연은 만들어 질 수 없었을 겁니다.
끝으로 이 글을 보시는 모든 분들에게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사실 저희들의 몸빵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우리들은 거의 항상 몸빵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명성이나 돈이 아니라 억압받는 사람들의 벗이 되는 길을 선택한 사람들입니다. 공연장보다 거리로 나가는 걸 보람으로 여기며 살아온 사람들입니다. 싸우는 사람들의 가슴을 자기 무대로 생각하고, 그들의 눈빛을 조명으로 삼아 공연해왔습니다. 언젠가 좋은 세상이 온다고 해도, 더 낮은 곳을 찾아다닐 사람들입니다. 우리들 많이 아끼고 많이 사랑하고 많이 응원해주시길, 역사는 잊어도 당신만은 기억해주시길.
2. 예술 몸빵 주인공들
정수석, 김명화 - 연극인. 야외 전시회 거리공연
김철민 - 다큐창작소 대표. <전쟁과 권력> 출품
김태현 - 연극인. 바밤바 콘서트 사회
오혜진 - 연극인. 바밤바 콘서트 사회
임은정 - 극작가. 바밤바 콘서트 사회자 대본
김병수 - 가수. 바밤바 콘서트 출연
희망새(차준호/이정아/정윤희)- 바밤바 콘서트 출연
임한빈 - 가수. 야외 전시회 거리공연. 바밤바 콘서트 출연
꾼(조옥형, 이길원, 황금미영, 김한봉희) - 극단. 단막극 바밤바 콘서트 출연
손승희 - 피아니스트. 바밤바 콘서트 출연
김연아 - 미술작가. 샌드아트 <강정에 평화를> 출품
류 성 - 연극인. 단막1인극 <강정풍경> 바밤바 콘서트 출연
황선 - 시인. 자작시 <민심> 바밤바 콘서트 출연
백자 - 가수. 야외 전시회 거리공연, 바밤바 콘서트 출연
출 (장세린, 이은하) - 춤패. <십자매> 바밤바 콘서트 출연
이씬 - 가수. 바밤바 콘서트 출연
이수진 - 가수. 바밤바 콘서트 출연
이광석 - 가수. 바밤바 콘서트 출연
아름다운 청년(윤종식, 고려진) - 노래패. 바밤바 콘서트 출연
4루타 - 래퍼. 바밤바 콘서트 출연
박성환 - 박성환 밴드 보컬. 바밤바 콘서트 출연
인송자 - 미술작가. 바밤바 콘서트 무대 디자인
김성건 - 미술작가. 야외 전시회 <행복한 통일로 展> 출품
이선영 - 미술작가. 야외 전시회 <상생 展> 출품
조재현 - 희망새 대표. 바밤바 콘서트 무대감독
이상하 - 유니콘 사운드 실장. 바밤바 콘서트 음향감독
박성석 - 유니콘 사운드 실장. 야외 거리공연 음향감독
양은석 - 유니콘 사운드 직원. 바밤바 콘서트 음향스탭
심주한 - J-Light 실장. 바밤바 콘서트 조명감독
김병수 - J-Light 직원. 바밤바 콘서트 조명스탭
이상길 - 휴시스템 대표. 야외 거리 공연 무대진행 스탭
하기연 - 몽당연필 사무국장. 바밤바 콘서트 진행감독
김고니 - 새바람 회원. 바밤바 콘서트 진행 스탭
안유림 - 극단 걸판 단원. 바밤바 콘서트 진행 스탭
황재민 - 극단 걸판 단원. 바밤바 콘서트 진행 스탭
콩보리 - 청춘의 지성 회원. 바밤바 콘서트 무대미술 스탭
김호 - 615청학위 집행위원장. 바밤바 콘서트 무대미술 스탭
신혜원 - 미술작가. 야외 전시회 전시진행 스탭
곽성준 - 주권방송 PD. 바밤바 콘서트 생중계
허미영 - 다큐창작소 직원. 바밤바 콘서트 영상 스탭
리무진 - 영상작가. 홍보영상 제작
홍정연 - 연극인. 캔막걸리 240개 지원
김지혜 - 민권연대 회원. 온오프 홍보물 디자인
전식렬 - 춤패 출 대표. 야외 전시회 거리공연 진행감독.
라디오 반민특위 - 대관비, 홍보물 제작 지원
민권연대 회원들 - 거리 켐페인
3. 격려편지.
날로 더해가는 전쟁위기 속에서 가장 먼저 나서서 평화를 외치는 예술인들의 모습에 감동과 존경의 인사를 전합니다. 온 국민이 한목소리로 전쟁을 막아내고 평화를 외쳐 이땅에서 영원히 전쟁의 근원을 없애고 자주평등통일세상을 안아옵시다. 투쟁. 한국진보연대 총회의장 오종렬.
한반도 평화는 누가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온 국민이 하나로 뭉쳐 전쟁을 반대하고 평화를 외칠 때 가능합니다 예술인들의 몸빵에 박수를 보내며함께 투쟁합시다. 감사합니다. 반전평화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 장대현.
지금은 전쟁일보직전! 민족문화예술인들이 앞장서서 전쟁을 반대하고 항구적인 평화실현에 떨쳐나서고 있으니 감격스러운 일입니다. 여러분들의 실천이 평화의 마중물이 되어 대지를 적시게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예술인들이 살아있는 세상은 희망이 있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 한층목 올림.
4. 신문기사
[사회] 반전평화 '예술몸빵' “폐허에서 노래하면 누가 들어주나?”
류재현기자 등록일:2013-04-13 오후 03:28
반전평화 '예술몸빵' “폐허에서 노래하면 누가 들어주나?”
전쟁위기를 보다 못한 예술가들이 ‘몸빵’을 자청했다. 50여명이 넘는 거리예술가들이 4월14일 서울홍대입구주변에서 반전평화를 주제로 전시와 영상, 노래, 연극 등 다양한 공연을 펼친다.
공연성사 과정이 드라마틱하다. 단 한명이 페이스북에 제안했는데 이틀만에 무려 50여명의 예술가와 스텝들이 자원하여 순식간에 7시간짜리 문화행사가 짜여졌다.
이들은 ‘예술몸빵’의 의미에 대해 “바밤바콘서트는 공연의 의미를 넘어선 예술인들의 의지표명이고 시위이며 행동전”이라 설명했다.
“돈도 없고 빽도 없고 유명세도 없는 우리들, 거리의 예술가들이 먼저 몸빵을 시작했다”며 “1만명 2만명 10만명이 운집해서 특사파견하라 대화하라 평화협정체결하라 소리치는 그런 판 벌어져야 하잖아요”라며 자신들의 바램을 전했다.
이날 행사관람료는 무료. 선착순 입장이며 인터넷TV 아프리카와 유스트림 생중계도 진행한다.
단, 전쟁이 터지면 공연은 취소된다.
거리의 예술가들 전쟁 막는 ‘예술 몸빵’
한겨레 | 입력 13.04.12 22:40 (수정 13.04.12 22:50)
[한겨레]14일 낮 홍대앞에서 7시간 다양한 공연
전쟁위기를 보다 못한 거리의 예술가들이 전쟁을 막는 '몸빵'을 자청했다. 오는 14일 낮 12시 서울 홍대앞에서 7시간 동안 '반전평화'를 주제로 전시와 영상, 노래, 연극 등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반전평화 예술몸빵' 공연이 만들어진 과정이 극적이다. 지난 4일 연극배우 류성씨가 소셜네트워크(SNS) '페이스북'에 "시시각각 전쟁위기는 닥쳐오는데, 그동안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런데 더 무거워지면 저 스스로 못 살 것 같아서 작고 소박한 공연 하나 준비해보려고 합니다"며 "힘을 보태달라"고 제안했다. 그러자 이틀만에 가수 백자·이광석, 무용가 장세린, 화가 김성건·신혜원, 영상아티스트 김철민, 연주가 손승희, 시인 황선, 연극배우 최종원씨, 유니콘 사운드, 노래극단 희망새, 라디오반민특위, 청춘대표 등 무려 50여명의 예술가와 스텝들이 자원한 것. 이들은 사비를 털어 순식간에 7시간짜리 문화행사를 짰다.
류성씨는 "전쟁위기에 뭐라도 해야 될 것 같아 툭 던져놓았는데 그만 동화같은 일이 일어나버렸다. 사실상 공연의 의미를 넘어서 예술인들의 의지표명이고 시위이며 행동전이다. 그래서 예술몸빵이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말했다.
날 행사는 낮 12시 홍대앞 걷고 싶은 거리에서 야외전시회를 시작으로 오후 3시 창무 포스트 극장에서 영상상영, 4시 같은 장소에서 바밤바 콘서트가 이어진다. 아프리카와 유스트림으로 생중계도 진행한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선착순 입장.
정상영 기자chu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