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이야기
일제강점기 진보연극운동의 경험-5 연구 및 교육
류 성
2008. 2. 14. 13:15
일제강점기 진보연극운동의 경험-5
연구와 교육 - 연극지, 연구생
- 류 성 -
카프의 직속극단인 신건설의 창립목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연극운동이 확대강화와 공연의 쟁취. 둘째, 연극인들이 사상예술적 훈련. 셋째, 새로운 연구생들의 양성.
둘째와 셋째 목표로 유추해 볼때 당시 진보적 연극단체와 연극인들은 사상예술적인 훈련과 후비군을 양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두가지 방향으로 전개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는 연극지를 발간하고 배포하는 것이고, 둘째는 극단에서 연구생들을 모집하여 훈련을 시키는 것입니다.
신건설은 <극장>이라는 연극지를 발간하여 예술훈련에 도움이 될 각종 자료, 연극교육방법 등에 대한 내용을 실었습니다. 카프 연극부는 <연극운동>을 간행하여 논문을 싣고, 연극 소식 등을 전했습니다. 소형극장은 <전선>을 발간하여 이동극단활동의 경험을 이론화한 글을 발표했습니다. 또한 소인극 활동에 도움이 될만한 자료들도 실었습니다.
당시 연극지들에는 대체로 다음과 같은 내용들을 담았다고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1. 국내외의 진보적인 연극이론들을 소개하는 글입니다. 이를 통해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의 예술이론을 보급하고 연구했습니다.
2. 각 극단들의 활동상황과 공연 체험 등을 소개하는 글입니다.
3. 각종 논문들이 발표되었습니다. <조선 프로레타리아 연극운동의 임무와 방침>, <연극운동의 새로운 전개> 등과 같은 것이 그 예입니다.
4. 기층 연극 서클들의 활동과 지도에 필요한 자료들이 실렸습니다. <소인극 무대장치법>, <소인극 분장법>, <거짓말 도매상 연출법>등이 그 예로 볼 수 있겠습니다.
발간된 연극잡지들은 자기 극단 단원들, 다른 연극 단체들, 연구생, 기층 연극 서클 들에 배포되었는데 이는 당시에 매우 유용한 교육 자료로 활용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당시 발간한 연극잡지들은 탄압에 의해 몇 번 내지 못했고 개성 <대중극장>의 경우처럼 출간도 못해보고 금지되기 일쑤였습니다.
연구생 모집 및 교육 사업은 대개 학생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일례로 <중앙불교전문학교>의 <북악회>라는 연극서클은 <신건설>에서 진행한 연구생 과정을 거친 학생들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극장>등의 잡지를 보면 1932년에서 33년에 걸쳐 모집된 연구생들에게 서울 시내 연건동 회관에서 강습회를 시켰으며 연구생 과정을 거친 학생들 중 일부를 단원으로 선발하고, 대개는 학교, 공장,나 농촌의 연극 서클에 들어가 연극지도를 담당하게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이 기록으로 유추해 볼 때, 단순히 극단 단원이나 배우를 수급하기 위한 차원으로 연구생을 모집하고 교육 한 것이 아니라, 기층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그 주체를 마련하는 과정으로 진행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자료의 부족함으로 인해 연구생 과정이 어떠한 목적과 커리큘럼으로 이루어졌는지 자세히 알 수는 없습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문예지의 발간 및 배포, 연구생 모집 및 교육 사업 등은 이동식 소형극장활동, 소인극의 활성화와 함께 당시 진보적 연극인들이 문예운동을 대중화하기 위해 전개했던 다양한 노력의 한축을 이루는 사업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 진보연극운동의 경험-6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