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이야기

이별은 어떻게 가르치지?

류 성 2008. 11. 10. 14:44

무역회사에서 근무하는 처제는 영어회화 실력이 좋아서 해외출장을 자주 간다.
이번에는 중국으로 출장을 갔다가 토요일 저녁 비행기로 귀국했다.

한참 자고 있는 잘 때만 천사를 들쳐업고 인천공항으로 마중을 나갔다.
이젠 말을 곧잘 알아듣는터라 이모를 마중나왔다는 것도 아는 모양이었다.
엄마 아빠보다 더 뚫어져라 출구쪽을 살펴보며 이모를 기다렸다.

그날 밤, 잘 때만 천사는 새벽 늦게까지 이모랑 놀았다.


다음날 오후, 처제를 광명역에 데려다 주었다.
이미 예상했지만 이모가 안녕 손을 흔들며 개찰구를 빠져나가자
잘 때만 천사는 상황을 눈치채고 울음을 터뜨리며 "가지마~" 소리를 연발한다.

잘 때만 천사는 유독 이모에게만 그러는 것은 아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랑 헤어질때도 그렇고, 삼촌이랑 헤어질때도 그렇고
형아, 누나들이랑 헤어질때도 마찬가지다.
누구라도 함께 있다가 헤어져야 할때면 울음을 터뜨린다.

엄마 아빠 손을 잡아끌고 개찰구 앞으로 가서 같이 가자고 졸라댄다.
엄마 아빠를 버리고 이모를 따라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이모와 그냥 헤어지고 싶지도 않고 잘 때만 천사는 참 난감한 모양이다.


이모가 올라탄 기차가 출발하고 나자 울음은 좀 수그러 들었다.
창문에 바싹 기대어 기차가 떠난 방향을 하염없이 바라만 보았다.

만남이란 건 애써 가르쳐 주지 않아도 되는 것 같아 보인다.
하지만 이별이란 건 도대체 어떻게 가르쳐 줘야 할지 잘 모르겠다.
어쩌면 익숙해지는 것 밖에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