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의 시대는 갔다며?
군법무관들이 국방부의 불온서적 선정에 관해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국방부는 7명의 군법무관들을 조사하겠다, 징계하겠다고 법석을 부리고 있다. 국정감사에서 국방부 장관은 "(해당 서적들은) 이적 단체들이 의식화를 위해 만든 것"이라고 했단다.
혹시나 했건만 역시나 또 하나의 피곤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들어선지 몇개월 되지도 않는데 이놈의 피곤한 시나리오는 지칠줄도 모르고 쏟아진다. 선생님, 아줌마, 중고등학생, 출판사, 방송국, 언론사, 탈북자, 운동단체, 시민단체, 군인 기타 등등 악역 캐스팅만 매번 바뀔 뿐이지 플롯도 표현방식도 똑같다. 자주 등장하는 배후, 간첩, 의식화, 이적, 좌익 등과 같은 표현도 변함이 없다.
흥행실패를 반복하면서도 왜 그렇게 피곤한 시나리오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영화야 안 보면 그만이지만 이놈의 시나리오는 산속에서 굴을 파고 살지 않는 이상 안 볼 수가 없다. 아니 굴 파고 사는 생각일랑 관둬야 한다. 몇 십년만에 땅굴 시나리오가 다시 돌아올지도 모르니 말이다. 더구나 5년 짜리 장편 연속 드라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끔찍하기 짝이 없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사에서 "이념의 시대를 넘어 실용의 시대로 가자'고 호소했다. 그런데 자꾸만 '이념'을 걸고 넘어지며 이놈 저놈 불러다 이적이네 뭐네 조사를 하고 호통을 치고 잡아 가둔다. 군법무관들이 국방부의 조치에 대해 헌법 소원을 제기했으면 법적으로 판단하면 될 일이다. 실용적으로 해결하면 될 일을 왜 배후니, 이적 어쩌고 하며 이념적으로 해결하려 드는가?
혹시 취임사가 '국가보안법의 시대로 가자'는 발언이었는데 내가 잘 못 들은 걸까? 하기야, 그렇게 강조하던 '실용' 덕분에 대한민국이 부도직전에 이른 걸 보면 내가 잘 못 들었던 거다.
절대 잡아가지 마라. 패닉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