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이야기

[음반] 우리나라 5집-3

류 성 2008. 10. 28. 16:24
 

[음반] 우리나라 5집 3일간 듣기-3

셋째 날 듣기-덜고 싶지만 삶은 여전히 무겁다.


 우리나라 5집을 듣는 첫 느낌은 말 그대로 ‘무게는 덜고 깊이는 더 했다’는 것이다. 여느 민중가요들과는 달리 어깨에 들어간 힘을 확실히 뺐다는 것이 느껴진다. 동시에 삶의 깊이에로 천착하려 들었다는 것도 확실하게 느껴진다. 이런 변화가 반가운 반면, 우울한 생각도 스쳐 지나간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 당시 여러 사업을 통해 지원금을 받았던 예술단체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자마자 지원금이 속속 끊기거나 대폭 삭감되어 죽을 맛이라고 한다. 우리들은 원래 지원금 같은 거 받아본 적이 없었으니 그런 사실이 주는 체감은 거의 못 느낀다. 하지만 워낙 오랫동안 춥고 배고프고 빚에 시달리며 싸우다보니 그 피로감이 극에 달한 듯하다. 지금 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들 중 과연 몇 명이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까 나는 심히 걱정스럽다.


 여기에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생각해보면 참 속상한 일이다. 최고의 민중가요 노래패라고 불리는데, 그렇게 많은 노래가 히트를 쳤는데, 바다건너 동포들에게도 열렬한 환영을 받는데, 민족 예술인 상도 받았는데, 그렇게 많은 창작을 하고 그렇게 많은 공연을 했는데, 자꾸만 시도하고 실험하며 끊임없이 진화하려고 노력하는데. 그런데도 그들을 짓누르는 삶의 무게는 날이 갈수록 더욱 무거워진다.


 우울함을 보태주는 또 하나의 상념이 지나간다. 썩 마음에 들지 않는 비유지만, 진보진영을 하나의 시장이라고 보았을 때, 그 시장은 아직도 넓어지지 못했다. 아니, 어떤 측면에서는 몇 년 전에 비해 더 좁아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진보예술단체들이 공연이 없어 허덕이는 걸 보면 말이다. 게다가 그 좁은 시장이 요구하는 물건은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의 ‘깊은 노래’들보다는 ‘무거운 노래’를 원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전선활동가들의 문제인지, 문화사업 담당자들의 문제인지, 예술단체 스스로의 문제인지 밝혀내는 것은 피곤한 일이니 그건 그냥 넘어가자. 나는 다만 우리나라의 ‘깊은 노래’가 이 좁고 척박한 시장에 이번에도 잘 받아들여지기를, 아니 받아들여지는 것을 넘어 시장 자체를 팍팍 넓혀주는 역할을 해주었으면 할 뿐이고, 그런 나의 바람은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해 그리 희망적이지는 않다는 거다. 


 5집을 듣는 셋째 날, 나는 조금 우울해진다. 우리나라의 음악이 무게를 덜어낸 만큼 더 넓은 무대로 가볍게 날아다녔으면 좋겠는데, 그들의 음악만이 아니라 그들을 짓누르는 삶의 무게도 좀 덜어졌으면 좋겠는데. 그걸 보면 나도 희망을 좀 얻어서 정말 열심히 해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상으로 우리나라 5집 3일간 듣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