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이야기
석바위 시장에 가다
류 성
2008. 11. 10. 14:12
장을 볼 때마다 집앞에 있는 할인마트에 가거나
좀 더 떨어진 곳에 있는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를 이용했는데
이번 주말에는 집 근처에 석바위 시장이라는 재래시장에 갔다.
재래시장은 마트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여러가지 재미가 있다.
물건값을 흥정하는 재미도 있고 가게마다 물건도 비교해 보기도 하고
간간히 시끌벅적한 상인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이 모든 것이 내겐 '생생하다'라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장모님이 재래시장에서 양말장사를 하시는 덕에
재래시장의 풍경은 사뭇 친근하게 느껴진다.
재래시장을 자주 이용하고 싶지만 아무래도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거리도 좀 떨어져 있거니와 물건을 주렁주렁 들고 다녀야 하는 것도 불편하고
특히 대부분 현금으로 계산을 해야 한다는 것이 잦은 이용을 막는 벽이다.
재래시장이 잘 되었으면 좋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시장 근처 3분거리에 대형 아파트 단지가 있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로 간다.
게다가 그 아파트 바로 앞에는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라는 것도 생겨버렸다.
홈플러스와 같은 가격에 같은 물건을 파는 소형 마트인데 개점하자마자 사람들로 북적댄다.
가격 경쟁력도 떨어지고 배달 서비스도 없는 주변의 슈퍼마켓도 다 죽게 생겼다.
토요일 오후였지만 시장에는 여전히 사람이 많이 없었다.
경기가 안 좋은 것은 시장 상인들의 활기없는 얼굴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장모님의 얼굴이 겹쳐지면서 마음 한 켠이 아파왔다.
동그란 도넛 하나를 사먹으면서 잘때만 천사랑 함께 장을 봤다.
1봉지에 2000원짜리 김은 녀석이 무척 좋아하는 거라 두 봉지를 샀다.
김 조각을 맛있게 먹는 모습이 귀엽다며 아주머니께서 김 반장을 뜯어주셨다.
반찬 3팩을 5천원에 팔길래 무말랭이, 파래무침, 그리고 냉이무침을 골랐다.
색시가 학교에서 신을 실내화를 하나 샀는데 약간 실랑이가 있었다.
동료 선생님이 같은 집에서 7000원에 샀다는데 만원을 받으셨기 때문이다.
깎는 재미도 있으면 덮어쓰는 재미도 있는거니까 그냥 넘어갔다.
새로 생긴 아이 옷 집이 있길래 구경을 하다가 예쁜 잠바 하나를 봤다.
요즘 날씨에 입힐 만한 겉옷이 하나밖에 없어 늘 단벌신사 신세였는데 잘 됐다.
다행히 잘 때만 천사가 시장구경을 좋아하는 듯 하다. 자주 데려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