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극예술의 서사적 특징 연구-4(2)통속성의 중시
북한 극예술의 서사적 특징 연구-4(2)
4. 서사적 장치와 문법의 근원
(2) 통속성의 중시
- 류 성 -
통속성이라는 말은 통속적인 성질을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통속적이라는 말은 대중적이며 그래서 저속하고 천박한 것을 말하며, 통속적인 예술이라는 말은 대중의 대중의 세속적이고 천박한 취향을 쫒아 고상함이 떨어지는 예술을 말합니다.
통속성에 대한 이러한 의미가 자리잡힌 것은 자본주의 사회의 상업적 논리에 의해 상품화된 예술에 대한 비판이라는 측면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보다 본질적으로는 예술의 창조와 발전이 전문적인 예술교육을 통해 높은 미학적 안목과 재능을 소유한 전문적 예술인들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문학예술작품의 통속성을 매우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대중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작품이라야 예술수준이 높은 것 처럼 주장하는 것은 예술지상주의적 견해이며 대중들의 감정에 잘 맞고, 이해하기 쉬우며, 대중들이 좋아하고 즐기는 통속적인 예술을 진정 훌륭한 작품으로 봅니다.
즉, 대중들이 좋아하는 예술을 천박하다고 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훌륭한 예술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은 대중들이 좋아하고 즐기는 문학예술을 발전시키는 것을 문학예술정책으로 삼고 이를 구현하기 위해 국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통속성에 대한 인식의 차이가 아니라 예술의 창조와 발전에 대한 관점과 입장 자체가 다른데서 비롯됩니다. 즉, 예술의 창조와 발전은 몇몇의 전문적 예술인들의 탁월한 능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대중의 힘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과 입장에서 북한은 문학예술작품의 창조와 보급 전반에서 통속성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연극, 가극, 영화 등에서 쓰이는 나레이션(설화)나 자막은 통속성과 연관지어 볼 수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나레이션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서술자의 이야기, 즉 설화로서 원래 서사적 방식의 형상수단입니다. 즉, 소설과 같은 서사적 형태의 문학작품에서는 서술자의 이야기, 즉 설화가 필수적인 요소이지요.
북한의 문예사전에 의하면 "설화란 인물과 생활에 대한 창작가의 립장과 태도를 밝히며 내용을 보충설명하는 형상수단의 하나"로 보고 "영화나 연극에서 설화를 쓰는 경우에 그것은 사건이 전개되는 환경과 그 과정을 설명하는 서술형태를 취할 수도 있고 극의 내용과 생활의 의미를 설명하거나 암시하며 마감대목에서 사건에 대한 결론을 주는 수단으로 리용될 수도 있다"라고 합니다.
또한 가사자막의 경우 "가사의 내용을 관중들에게 더 잘 전달하고 노래를 대중속에 널리 보급하는데서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막과 나레이션을 잘 쓰면 "작품의 인민성을 높이고 관중과 무대와의 연계를 강화하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서술자가 따로 없이 등장인물들의 대사와 행동으로만 진행된다는 극예술의 특징은 그 어느 장르보다 생생한 감동과 긴장을 줄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때로는 작품의 내용을 깊이 있게 전달하는데는 불편함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북한은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고 극예술의 특징을 잘 살리면서도 작품의 내용을 보다 깊이 있게 전달하기 위해 설화와 자막 같은 서사적인 장치를 필요에 따라 접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요컨대 북한의 극예술에서 사용되는 설화나 자막은 서술자의 기능을 담당하여 관객들에게 작품의 내용을 더 깊이 있게 알 수 있도록 하는 서사적인 장치이며 이는 앞서 이야기한 통속성을 중시하는 예술에 대한 관점과 입장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북한이 극예술에서 무조건 설화나 자막을 쓰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만약 무분별하게 설화나 자막을 남용한다면 극예술의 본질적 특징을 잃어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겠지요.
북한은 "시극이나 방송극 같은데서는 설화가 필수적인 형상요소로 되면서 작품의 사상예술성을 높이는데 적극적으로 작용하지만 영화나 연극 같은데서는 많은 경우 설화를 쓰지 않는다."라고 말합니다.
<연구-4(3)에서 계속>
* 참고서적 및 사이트
-<북한의 문학예술 운영체계와 문예이론> 전영선 / 역락
-<북한 문학의 이해> 김종회편 / 청동거울
-<북한의 공연예술1> 서연호, 이강렬 / 고려원
-<북한을 움직이는 문학예술인들> 전영선 / 역락
-북한 문학예술 사이트 http://www.nk-culture.re.kr
-북한 문화예술연구소 사이트 http://cafe.daum.net/BTFsocie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