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이야기

부천 생태박물관 나들이-1

류 성 2008. 11. 3. 20:27




















저번 주말에는 집에서 낮잠만 자고 뒹굴거리는 바람에 색시랑 잘때만 천사에게 점수를 잃었다.

잃었던 점수를 회복하고 싶어 소풍을 가려고 한 주내내 별렀는데, 솔직히 멀리는 가기 싫었다.
과천 서울대공원의 동물원은 걷는 거리가 길어 몸도 피곤하고 돈도 많이 깨진다.

그런면에서 부천에 있는 생태 박물관은 소풍가기에 딱 좋은 곳이다.





















만발한 코스모스가 무척이나 아름다워 멍하니 서 있었다.
색시랑 연애할 때 처럼 하염없이 걷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

그러나 잘 때만 천사는 아빠의 이런 마음도 아랑곳없이 신나게 뛰어다닌다.
그래도 사진 한장 찍자고 하니 자리를 잡고 활짝 웃어준다. 귀여운 녀석.





















야외에 농경유물 전시관이 있어서 초가집의 모형과 여러 농사기구들을 볼 수 있다.

잘 때만 천사는 이런 걸 별로 신기해하지도 않고 좋아하지도 않는다.
당연하다. 나도 어릴 땐 이런게 좋은 줄 잘 몰랐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 옛것을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는 걸지도 모른다.






















다행히 투호놀이가 있었다. 형아들이랑 어른들이 하는 놀이를 물끄러미 지켜만 보던 녀석.
제 앞으로 막대기가 굴러오자 냉큼 집어들었지만 아직 팔힘이 없어서인지 던져서 넣는 것은 무리다.

그래서 반칙을 쓴다. 막대를 들고 쪼르르 앞으로 달려가 구멍에 쏙 집어넣는 것이다.
그래도 제 딴에는 넣었다며 박수를 치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신이 난다.

아빠가 된다는 건 어떤 면에선 행복한 팔푼이가 된다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한쪽에서 배추가 크는 걸 볼 수 있는 것도 무척 다행이다.
문득 나희덕 시인의 <배추의 마음>이란 시가 떠오른다....

-혹시 배추벌레 한 마리
이 속에 갇혀 나오지 못하면 어떡하지?
꼭 동여매지도 못하는 사람 마음이나
배추벌레에게 반 넘어 먹히고도
속은 점점 순결한 잎으로 차오르는
배추의 마음이 뭐가 다를까?
배추 풀물이 사람 소매에도 들었나 보다....






















부천 생태 박물관이 마음에 드는 또 하나의 이유는 군것질하기 좋다는 거다.

오뎅, 번데기, 고구마 스틱, 붕어빵 같은 군것질 거리들이 있어서 비싼 돈 들이지 않고 군것질을 즐길 수 있다.
약간 불량한 식품이라지만 놀러가서는 이런 걸 먹는게 더 운치가 있다.

오뎅 2개, 붕어빵 3개를 사서 군것질을 했다. 단돈 2000원에 맛있고 재미있는 군것질이다.
잘 때만 천사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주는대로 잘 먹어줘서 그것도 고맙다.

엄마 아빠는 자꾸 못 먹게 하는 것만 빼면!


 



























잘 때만 천사는 갖고 싶거나 먹고 싶은 것이 있을 때 사달라고 앵앵거리거나 졸라대지 않는다.
그 대신, 원하는 것 앞에 가서 몸을 베베 꼬면서 베시시 웃는 것만 반복한다.

사실 이게 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웃는 얼굴에 어떻게 안 돼라고 매정하게 말 할 수 있을까?
 결국 이번에도 돌고래 풍선을 사주고 말았다. 골라도 꼭 분홍색을 고른다.

잘때만 천사는 돌고래 풍선을 가지더니 엄마 아빠를 제쳐두고 저 혼자 성큼성큼 걸어간다.
녀석의 가볍고 힘찬 발걸음이 약간 얄밉고 많이 예쁘다.

이젠 소풍의 본래 목적인 어린이 야외 동물원이다. 이건 다음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