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이야기

문익환 목사님

류 성 2009. 2. 24. 02:43



문익환 목사님
한 번도 뵌 적이야 없지만
사무치게도 그리운 밤입니다
할아버지라고
불러보고 싶은데
차마 그러지 못하는 건
삶이 부끄럽기 때문일 겁니다
아니 교만과
허위의 가면 때문일겁니다
이 고백의 순간에서조차 벗지 않고 있는

그게 뭐라고





 

난 발바닥으로


-문익환-

하느님

이 눈을 후벼 빼보시라구요

난 발바닥으로 볼 겁니다

이 고막을 뚫어 보시라구요

난 발바닥으로 들을 겁니다

이 코를 틀어막아 보시라구요

난 발바닥으로 숨을 쉴 겁니다

이 입을 봉해 보시라구요

난 발바닥으로 소리칠 겁니다

단칼에 이 목을 날려 보시라구요

난 발바닥으로 당신 생각을 할 겁니다

도끼로 이 손목을 찍어 보시라구요

난 발바닥으로 풍물을 울릴 겁니다

창을 들어 이 심장을 찔러 보시라구요

난  발바닥으로 피를 콸콸 쏟으며 사랑을 할 겁니다

장작 더미에 올려 놓고 발바닥째 불질러 보시라구요

젠장 난 발바닥 자죽만으로 남아

길가의 풀포기들하고나 사랑을 속삭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