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이야기

나계장의 행방 공연후기

류 성 2013. 3. 30. 20:44
코메디 뮤지컬 [나계장의 행방] 인천 공연 잘 끝났습니다. 3일간 극장애서 울고 웃어주신 모든 관객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매일매일의 공연 후기를 올리고 싶었지만 개인적 사정으로 한번에 몰아서 올려봅니다.

첫날 공연은 역시나 저희의 준비부족이 많이 드러났습니다. 아직 극장환경에 적응이 안 되어 있었고, 배우들과 스텝 간의 호흡이 서로 맞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취객 몇 분이 공연 중간중간에 끼어드시는 바람에 많이 당황했습니다. 그런 상황조차 대담하게 집중력을 발휘해 극복했어야 하는데 자꾸 연기가 흔들리고 호흡만 빨라졌습니다.

그에 반해 둘째날 공연은 아주 성공적이었습니다. 전날의 부족한 점이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객석에서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눈물 흘리는 분들도 꽤 많더군요. 배우들과  스텝들간의 호흡도 많이 좋아졌습니다.  덕분에 배우들도 힘받아서 더 열심히 더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공연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제일 두려운 건 첫번째 공연이 아니라 마지막 공연입니다. 역시나 집중력이 확연히 떨어져 연기가 들떠버렸습니다. 자잘한 실수들도 여럿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고 웃어주신 관객 여러분들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나계장의 행방은 두 가지의 특징이 있습니다.  먼저 나계장의 행방을 도식적으로 분류하자면, 노동조합 이야기를 하는 노동극입니다. 그러나 많은 노동극이 작금의 노동현실을 폭로하고 비판하는데 머물지만, 이 작품은  나계장이란 사람의 형상을 파고들어 보여줍니다. 이 부분이 많은 분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이번 공연의 관객들 절대 다수는 노동운동과는 전혀 관련없는 일반 직장인들과 마을 주민들이었음에도 큰 공감을 얻었습니다.

두번째 특징은 은행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하필 상대적으로 일도 편하고 돈도 많이 번다(실은 그렇지도 않습니다. 비정규직과 과로사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는 은행원들의 이야기인가. 저희 내부에서도 그런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의 이야기도 함께 불러내어야 우리 사회의 노동현실이 더 정확히 보인다고 생각했습니다.

3일간 매일매일의 부침은 있었지만,  공연평가들이 꽤 좋아서 작품에 대한 자신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노동조합 이야기임에도 전혀 거부감들지 않게 잘 표현해서 좋았다" "코미디라더니 왜 이렇게 슬프냐"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봤다" "국화를 보는 순간부터 울었다. 객석불이 켜지자마자 극장밖 주차장으로 달려나가 한참이나 울었다". 과분한 칭찬들 많이 받았습니다. 아트홀 소풍에서 공연하면 좋은 점이 이런 겁니다.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관객들의 공연평을 들어볼 수 있거든요.

제 개인적으로 가장 공감이 많이되고 너무너무 고마웠던 평가는 이런 겁니다. "내 주변의 나계장들이 떠올라 자꾸만 눈물이 났다. 나도 나계장처럼 그렇게 살고 싶었는데, 상처받는 게 싫어서 그러지 못했다." 예, 저도 꼭 그렇습니다. 이 작품을 만들고 공연하는 저 또한 종종 느끼는 부분입니다. 스트레스와 상처받기 싫어서, 힘들게 살기 싫어서, 그래서 나계장처럼 살지 못하는 제 모습이 거울처럼 보입니다.

2년전에 만들어졌던 이 작품은 진보예술진영의 많은 작품들이 그러하듯 어쩌면 사장될 수도 있었습니다. 이번 공연을 계기로 작품이 살아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5월에는 대학로에서, 또 올해 언제쯤엔 다른 지역에서도 공연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인천에서의 재공연도 성사될 듯 합니다.